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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끝자락 강원랜드 가보니..

스키장은 '썰렁',카지노는 '북적'

[아시아경제 김효진기자] 스키장 폐장을 열흘 남짓 남겨둔 토요일인 13일 오후 2시께. 강원랜드로 접어드는 길목에 위치한 스키용품 대여점들은 썰렁했다. 겨울의 끝자락임을 실감케 하는 이런 썰렁함과 달리, 카지노 입구는 모여드는 자동차로 붐볐다.


 특히 리조트에서 1km가량 떨어진 곳에 임시로 마련된 '언덕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길에서도 쉽게 느껴졌다. 길가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카지노에 입장하고 싶어 급해진 마음을 보여주듯 빽빽하게 줄지어 선 차들로 빈 틈이 없었다. 자리를 못 잡아 언덕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간 사람들은 셔틀버스를 타고 카지노 입구로 내려갔다. 언덕주차장과 카지노 입구 사이엔 셔틀버스가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카지노 입구 매표소에서 직원들은 몰려드는 사람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소지품 검색대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카메라 등 '소지금지' 물품을 받아 밀봉하는 직원들 손길이 바빠 보였다.


 카지노안에 들어서자 대낮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사람이 많았다. 안내센터에는 '도박중독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팸플릿이 있었지만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인기가 높고 비교적 큰 돈이 오가는 '블랙잭'ㆍ'바카라' 테이블에는 얼추 30~40명은 족히 달라붙어 있었다. 테이블 크기는 기껏해야 한 두 평. 차라리 '테이블이 사람들에 포위됐다'고 하는 편이 나을 정도였다. 100개 넘는 테이블이 대부분 그런 식이었다.

 어깨에 어지간히 힘을 줘선 테이블 가까이로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려울 만큼 '도박'에 빠져든 사람은 많았다.실제로 강원랜드 카지노를 찾는 10명중 약 8명이 과도한 도박을 하고 있다는 논문도 있다.강원대학교 이태원(교무처장) 교수팀이 강원랜드를 방문한 6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형사정책연구 2009년 봄호에 게재한 '과도한 도박의 부정적 영향들'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약 79%가 오락ㆍ사교 목적을 넘어 도박을 하는 '과도한 도박'을 하고 있었다.


특히 과도한 도박을 하는 사람 496명 중 44%는 1000만원 이상을 잃고도 계속 카지노를 찾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1억원 이상을 잃은 사람들도 18%나 됐다. 또한 3명 중 1명 정도는 1개월에 10회 이상 카지노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지노장 안에는 식당과 커피숍 등이 있어 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 보였다.


 사람이 이렇게 많고,잃은 사람 또한 적지 않으니 흡연실로 가는 사람도 꽤 많았다. 카지노장 안에 있는 흡연실로 가니 그곳은 장작불이라도 피워놓은 듯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여성인 A씨는 '돈을 좀 따셨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돈 따는 사람 거의 없다"고 말했다.그는 "그냥 돈 쓰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도박 하지 말고 그냥 가시라"고 점잖게 조언까지 했다. 바카라 테이블에서 몇 판을 연달아 잃었다며 '동료'와 대화를 나누던 B씨는 "이런 게임들은 하지 말라"고 말했다. 해 봐야 잃을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B씨 옆에서 설명을 거들던 C씨 얘기가 압권이었다. 그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사람 있으면 여기로 데려와서 도박 하게 만들라"고 일러줬다. 그만큼 많은 돈을 쉽게 잃을 수 있어 속쉬원하게 복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끔한 충고'를 뒤로 하고 카지노장을 빠져나가는 길은, 오후가 깊어지면서 '베팅'하러 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카지노장에서 대략 3km 떨어진 곳에 홀로 서 있는 '도박중독센터'는 닫혀 있어 을씨년 스럽기는 마찬 가지였다. 주변 식당도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았다.한 식당 주인 C씨는 "스키장 손님이 없으면 장사가 안된다"고 전했다.정선(강원도)=김효진 기자 hjn2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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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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