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물건이든 사회적 지위든 일단 무엇인가 소유하면 그것을 갖기 전보다 가치를 훨씬 높게 평가한다. 이렇게 자신의 소유물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라 한다.
땅이나 전원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경향이 다른 것보다 좀 더 심한 것 같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땅이나 살고 있는 전원주택에 대해 주변 것보다 높게 평가한다. 내 땅은 다른 것보다 좋고 내가 사는 전원주택이 최고다. 그것으로 힘들어지는 사람들도 많다.
시골에 살아보면 주변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전원주택을 계획하며 종종 찾아오고 전화도 한다. 어디에 얼마 크기의 땅을 가지고 있는데 한번 봐 달라는 사람도, 있고 전원주택지로 개발해 분양을 하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달라는 사람도 많다. 살던 전원주택을 팔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땅이나 집이 ‘끝내준다’고 말한다. 주변에 자기 것처럼 좋은 땅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을 보면 말과 달라 실망할 때가 많다. 심지어 전혀 아닌 경우도 흔하다.
남들 눈에는 전혀 아닌 땅을 가지고 본인은 최고라 여기고 있으니 무슨 이야기를 해도 통하지 않는다. 콩깎지가 이미 씌어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말은 “아주 좋은 땅을 가지고 계시네요” 정도다.
그들이 내세우는 개발 컨셉은 대부분 고급이다. 땅이 좋기 때문에 고급 전원주택지로 개발하겠다고 하고, 비싼 집을 지어 분양을 해보면 싶다고 말한다. 이유가 그러니 가격은 턱없이 비싸다. 주변에 최고로 비싸게 팔린 땅값을 찾아 그보다 더 받아야 한다고 우긴다. 내 땅이 최고기 때문이다.
주인이 그러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도 땅 좋다며 거들어 준다. 개발만 하면 한 필지 사고 싶다며 부추기는 사람도 있다. 말로는 못할 것이 없다.
땅 주인은 주변의 지대한(?) 관심에 힘입어 포크레인을 부른다. 까고 뭉개고 잘라내고 파 뒹겨 계단식으로 바둑판을 만들어 놓는다. 개발 컨셉은 단순하고 선명한 ‘고급’일 뿐이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대박이다. 분양이 다 되면 몫 돈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장을 펼쳐 놓으면 생각만큼 분양이 되지 않는다. 개발만 해 놓으면 한 필지 사겠다던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꼬리를 뺀다. 많은 돈을 들였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한 필지도 분양되지 않으니 슬슬 조급해진다. 자금은 점점 더 들어간다. 내 돈 다 쓰고도 모자라면 빚을 진다.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경매로 넘어가는 우여곡절도 겪는다.
그렇게 혼자 이것저것 해보고 생각만큼 일이 안 풀릴 때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나 홀로 최고인 땅을 혼자서 어떻게 해볼 요량이었는데 쉽지 않으니 고민이 많아진 것이다. 그때 쯤 이면 이미 땅은 뭉개져 있고 잘라져 있다.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이것저것 쓸데없는 비용도 많이 들였다.
그런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가격을 내려서 팔라고 하면 대부분 주변 가격과 비교한다. 바로 옆에 가장 좋은 땅, 가장 비싸게 팔린 땅과 비교하니 가격을 내리겠다는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가격을 못 내리는 이유가 또 있다. 본전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본전이란 것을 따져보면 대부분 본인이 잘못한 비용들이다. 허가 받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거나 공사를 하면서 잘 못해 비용이 두 번 세 번 들어갔다는 이유로 땅값은 올라간다.
“내가 들인 돈이 얼마인데 그 가격에 팔 수 있겠느냐?”가 이런 사람들의 논리다. 한마디로 내가 잘못해 들어간 비용도 다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땅을 사겠다고 오는 사람들은 그 비용까지 대신 내줄 생각이 없다보니 팔리지 않고 결국 평생 지니고 살든가 대대손손 물려 가며 사는 수밖에 없다. 경매로 가는 사고도 난다.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 중에도 이 논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간혹 살던 집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집값을 따져보면 좀 과하다 싶은 경우도 있는데 책정방법에 문제가 있다. 집을 지으면서 자신이 잘 못해 두 번 세 번 들인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만큼 들었기 때문에 그만큼 받아야 본전이라는 것이다. 눈먼 임자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면 평생 자신이 지니고 살아야 할 집들이다. 시골에 살다보면 그런 사람들을 종종 만나고 그런 것들이 더 잘 보인다.
땅을 개발해 전원주택을 짓는다면 보유효과로 내 땅을 뻥 튀기 하는 것은 아닌지를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 내가 저지른 실수로 들어간 비용까지 덤터기 씌워 받아내려다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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