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시장 회복속, 계약 취소도 늘어
선가 하락속 선박해체도 증가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올해 들어 조선업황을 나타내는 관련 각종 수치가 혼조세를 보이면서 조선업계의 '승자독식' 상황이 본격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분야 시장조사기관인 클락슨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월말 기준 전 세계 조선업계 수주잔량은 7968척, 1억528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4억9240만DWT(재화중량톤수)를 기록했다. 수주잔량이 5억DWT 이하로 떨어진 이후 최근 2년 만에 처음으로 소폭 증가세로 반전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달 전 세계 조선업계가 수주한 배는 34척(280만DWT)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눈에 띄는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신조 계약 증가세와 더불어 선박 해체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고철이 된 선박은 총 1014척(3150만DWT)로 1996년 이후 연간 최대치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63척(210만DWT)의 선박이 해체돼 노후ㆍ유휴선박의 퇴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조선박의 계약 취소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 해운전문분석기관인 AXS-알파라이너는 지난 2008년 9월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140척, 43만6000TEU의 컨테이너선 발주가 취소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조선시황이 침체기에 들어서기 직전인 2008년 10월 기준 총 수주잔량의 6.7% 수준인 물량이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했다가 계약이 취소된 물량은 총 26척, 11만3000TEU로 전 세계 취소 물량의 26%에 달하면서 조선산업이 보유한 국가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업체들이 8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주로 수주하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이 취소 7척, 선종 변경 15척 등 22척으로 피해건수가 가장 많았고, 한진중공업도 취소 6건, 선종 변경 4척 등 10척으로 피해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포화 상태인 해운업계의 합종연횡이 본격화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쟁력을 상실한 해운사들이 보유 선박을 포기하거나 해체를 주도하고 있는 반면, 여력이 있는 해운사들이 구조조정이 마무리 되는 2~3년 앞을 내다보고 그동안 보류했던 선박 투자를 늘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수의 선주 발주 물량을 따내기 위한 조선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클락슨 보고서에 따르면 수주 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기준 선가지수는 16개월 연속 하락한 136.1포인트로 지난 2004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원가 절감 능력이 부족한 조선사들에게는 최근의 선박 발주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몰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달 전체 신규 계약 선박 34척중 16척(172만DWT)을 수주하며 시장 점유율 56.7%를 기록, 중국(6척, 25만3000DWT, 13.2%)을 따돌렸다. 국가별 수주잔량 점유율도 한국은 34.2%(1830척, 1억7110만DWT)까지 끌어올려 34.4%(3113척, 1억8730만DWT)인 중국을 조만간 따돌리고 세계 1위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조선사와 오랫동안 거래를 해온 우량 고객들의 기여가 컸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첫 수주 계약을 체결한 그리스 안젤리코시스 그룹은 지난 1994년부터, 21일 계약을 체결한 앙골라 소난골은 1995년부터 대우조선해양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주요 고객이다. 우수한 기술력과 정확한 납기 이외에 지속적인 고객 관리를 펼친 덕분에 어려운 시기에 대우조선해양에 손을 들어줬다는 설명이다.
성동조선해양과 SPP, STX유럽은 그리스, 일본 등 신규 시장 공략과 함께 주력선종에 특화한 덕분에 시장을 뚫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케이프사이즈급 벌커선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SPP의 3만5000t급 벌크선은 올해 세계 3대 해운 전문지 중의 하나인 영국 네이벌 아키텍트로부터 올해의 최우수 선박에 선정됐다. STX유럽은 크루즈선 수주 감소를 해양작업지원선(PSV)으로 메우고 있다.
선가가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가 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쌓아온 비가격적 요소, 즉 선박의 품질과 정확한 납기 기일, 고객과의 유대 관계 등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특히 최근 수주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선사들은 메이저 업계 순위에서 다소 뒤쳐져 있던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게 특징으로 보인다”면서 “과거와 같이 대규모 발주 계약은 이뤄지지 않겠지만 특화된 강점을 갖고 있는 소수의 조선사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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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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