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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팽개친 M&A 탈출구가 없다

승자의 저주 우려..채권단 가격에만 몰두..글로벌 투심 위축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김정민 기자]
국내 M&A시장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이대로 가다간 '제값받기'의 명분에 휘말려 거시경제가 말기 암에 이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무엇보다 정책적 특단이 시급하다. 더이상 우물쭈물 하다간 죽도 밥도 안되는 최악의 국면에 달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의 논리에 밀려 더이상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 결국 기업가 정신의 뿌리가 썩어가는 꼴이 되는 셈이다. 특히 M&A의 매각 주체인 정부 산하 금융 공기업들이 '가격 올리기'에만 급급해 매각 대상 기업의 경쟁력을 스스로 깍아내리는 '자충수'를 두면서 국내 경제 전반에 부담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M&A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기업에만 인수부담을 지우는데서 벗어나 '해외매각 제한 해제', '인수자금 자금지원' 등 보다 적극적인 대안 모색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이 M&A 매물로 내놓은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한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등 대어급 M&A 매물들이 잇따라 매각 문턱에서 좌절하면서 해당 기업의 경쟁력 악화와 국내 경제 전반의 동맥경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차 매각이 무산된 대우건설은 금호사태로 인해 내ㆍ외환을 겪으면서 기업 경쟁력이 악화된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국내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던 대우건설은 지난해에는 현대건설삼성물산에 밀려 3위로 처졌으며 4위인 GS건설에도 간발의 차이로 쫓기고 있는 실정이다.


하이닉스 또한 지난 2008년 말 매각 주간사 선정을 시작으로 매각작업을 추진해 왔으나 인수 작업 무산으로 기약 없이 새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면서 뒤늦게 '독자생존'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에 따라 막대한 신규자금이 투입되는 설비투자가 지연되는 부작용을 겪으면서 힘들게 벌려놨던 해외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이 같은 현상은 금호 사태로 대표되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로 자금력 있는 대기업들이 대형 M&A에 몸을 사리고 있는데다 주요 매물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공기업들이 M&A시장의 수요가 실종된 상태에서도 무리한 인수가격을 요구, 인수 후유증을 우려한 국내 대기업들에서 대형 M&A 기피현상이 확산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LG전자, SK 등 큰손들은 비용대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M&A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에서 인수 매물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국내 기업의 인수 작업이 완료된 온미디어나 현대종합상사 금호생명 등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인수부담이 덜한 매각대금 5000억원 미만의 소규모 딜에 그치고 있다. 대형 매물에는 전략적 투자자들은 실종된 채 정체불명의 해외 PEF 등 재무적 투자자들만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해외시장에서도 매물이 넘쳐나면서 자금력 있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가격대비 경쟁력이 높은 해외 기업 인수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정부가 시장 원리만 내세우기 보다는 거시경제라는 대승적인 측면을 고려해 M&A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상황은 뒤로 한채 제값받기와 환수라는 명분에만 매달려 산업발전의 흐름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을 키우는 금융자본의 역할은 뒤로 한채 '그들(금융자본)의 생존'에만 몰두하는 현실에대해 정부 차원의 특단이 전제돼야 할 시점이라는 것.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지금 M&A 물망에 올라있는 기업은 대부분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선두업체로 꾸준히 성장 전략을 추진해야한다"며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안되기 때문에 성장이 정체되고 나아가서는 국가경쟁력이 훼손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대우건설, 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들은 거론되는 인수후보 기업들이 인수 능력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먹튀 논란을 우려해 해외 자본에 대해서 M&A 참여를 제한하는 것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M&A 시장은 도전을 먹고사는 기업의 태생적 성향을 부정하는 금융자본의 머니게임 시장으로 변질된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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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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