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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고수의주식이야기]10. 나도 주식시장의 '루저'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떤 여대생이 말한 '루저(loser)'라는 표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순식간에 네티즌의 공적이 되어 버린 이 여대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요즘은 외모도 경쟁력인데 남자 키가 180cm가 안되면 ‘루저’란다.


키가 작으면 아무리 얼굴이 잘 생기고 돈이 많아도 혹은 심신이 건강하고 학식이 풍부해도 단번에 "루저'급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급기야 한 30대 남성이 해당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정신적인 피해를 배상하라며 1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신청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냈다고 한다. 적잖이 상처받은 모양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어떤 것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한계를 체험하며 무엇인가를 배우려 하기 보다는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여질지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이른바 외모 지상주의에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물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흔히 각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할 때 GDP개념을 쓰기도 하지만 물가수준을 고려한 구매력지수를 이용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빅맥지수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최근 패스트푸드 식생활이 성인병의 주요인 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햄버거 수요가 줄어 빅맥가격이 구매력을 따지는 기준으로 적당치 않게 되었다. 요즘은 스타벅스에서 팔리는 커피 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카페라테를 빅맥대신 구매력 지수 기준으로 삼기도 하는데 OECD구매력 지수 기준으로 미국 스타벅스에서 판매되는 카페라테는 2000원인 반면 우리나라는 3800원으로 무려 1800원이나 비싸다. 우리나라 커피값이 OECD국가 중 가장 비싸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인데 유독 이렇게 커피값만 비싼 것도 실은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핸드백 효과'의 한 단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러한 예는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겉모습만을 중시하고 내실을 키우기 위한 힘든 과정은 애써 회피하려는 생각을 가진 회사 경영자들. 그들은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사업들을 정관에 모두 기재해놓고 그 중 하나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도 못하면서 수시로 유상증자 공시를 남발하여 주주 돈으로 주머니를 채우려 한다. 재무제표를 한 번이라도 검토하고 해당 기업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기술력 있고 실적 좋은 기업을 발굴할 수 있는데도 소문만 믿고 적자투성이의 '동전주'를 덥석 사는 투자자들도 실속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경쟁력은 훤칠한 키도 아니고 잘생긴 외모도 아니다. 원칙에 충실하며 기준을 명확히 지키는 투자습관을 갖고 시장의 흐름에 순응하여 우직하게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시장에서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한번에 대박을 노리고 미수와 신용을 모두 동원하여 빚쟁이 투자자가 되는 것이나 정상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수익을 남에게 자랑하는 행위, 현물투자도 제대로 못하면서 자신은 파생을 한다며 우쭐대는 것 등이 모두 시장에서 스스로 '루저'의 길로 전락하는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명품과 고급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한껏 부풀려진 상품가격으로 폭리를 취하는 다국적 기업처럼, 어설픈 '루저' 발언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그 여대생이 만약 주식투자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힘들게 노력하지 않고 손쉽게 큰 수익을 얻으려는 허황된 기대속에서 기업의 실속은 살피지 않고 그저 회사 대표의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만 보고 미수와 신용을 다 동원하여 몰빵투자를 하지 않을까.


우리 불쌍한 키작은 '루저'들은 이제 결심해야 한다. 키가 170cm가 넘는 늘씬하고 예쁜 여대생은 절대 주식시장에서 아는 척도 하지 말자고. 그러면 큰 돈은 못 벌어도 적어도 같이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장민수(필명 똘레랑스) 現 증권교육방송 스탁스토리 증권전문가

이솔 기자 pinetree19@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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