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미국 CIT 그룹의 파산보호 신청은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만큼 경제 전반에 메가톤급 충격파를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CIT그룹이 수만 개 중소기업의 돈줄을 쥐고 있던 금융회사인 만큼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권의 대출 회피로 인해 가뜩이나 유동성이 막힌 중소기업에 자금난이 가중, 연쇄 부도로 이어지는 구조적 리스크가 수면위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중소기업의 유동성 경색을 언급하며 경기회복 과정이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이어 민간 부문이 실물경기 회복이 이끌어가야 하는 시점에 중소기업이 줄도산 할 경우 간신히 살아나기 시작한 미국 경제가 다시 암초를 만날 수 있다는 경고다.
◆ 중소기업 줄도산 우려 = 지난해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CIT는 미 정부로부터 23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으나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채권자들과 채무 구조조정을 위한 협의를 벌여왔다. 지난달 30일 최대 주주인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이 사전조정 파산 계획을 지원하기로 합의한데 이어 대부분의 CIT 채권단이 CIT 사전조정 파산보호 신청을 지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파산보호에 이르게 된 것이다.
CIT는 100만 달러 이하의 소규모 자금을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중소기업 대출 전문 은행으로 거래 업체가 수만 개에 달한다.
지난 7월 CIT가 파산보호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채권단으로부터 30억 달러를 지원받아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지만 추후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CIT의 파산보호 신청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때문에 CIT 파산에 따른 금융업계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CIT가 파산할 경우 상대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자금줄이 막히게 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다른 은행들 역시 채무 상환 연체에 빠지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올 들어 현재까지 100개가 넘는 소규모 지방은행들이 파산한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외상매출 채권을 사들여 자금 흐름에 숨통을 터 주는 팩토링 부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CIT를 대체할 업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게 팩토링은 하루하루 자금을 조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정부가 떠안게 될 손실도 적지 않다. 채권단 주도의 파산보호 신청이 이루어지면서 자금 상환 우선권을 채권단이 갖게 된다. 이에 따라 미 정부를 비롯한 우선주 주주들은 채권단의 자금 회수가 이루어진 후 자금을 거둬들이게 돼 대부분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즉 23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도 증발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편 CIT측은 이번 파산보호 신청에 CIT그룹의 자회사인 CIT은행(CIT Bank)와, 유타 뱅크(Utah-based Bank)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리 피크 최고경영자(CEO)는 "파산을 통해서 CIT는 계속해서 중소기업들에게 자금을 대출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美-亞 증시 급락 = 지난 30일(현지시간) CIT의 파산 보호 임박 소식에 이날 다우지수가 2.5% 하락하는 등 뉴욕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한 뉴욕 증시와 반대로 움직이는 ‘공포지수’로도 불리는 VIX지수는 장중 25% 상승해 1년래 최고치인 30.97을 기록했다.
2일 아시아 증시도 공포로 물들었다. CIT가 끝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소식에 이날 장중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6% 급락했고, 코스피 지수 역시 1% 이상 내림세다.
한편 CIT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CIT 주가는 올해 들어 80%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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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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