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목표는 당연히 상금여왕이죠"
올 시즌 일본 무대에서 3승을 수확하며 상금랭킹 4위에 올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전미정(27ㆍ진로재팬)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이트컵(총상금 6억원)에 출전하기 위해 모처럼 한국에 왔다. 전미정은 "올해가 안되면 내년, 또 그 다음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상금여왕에 등극하겠다"며 일본 열도 정복을 다짐했다. 지난 15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골프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 '링크 꿈나무' 골프채를 잡다= 전미정은 175cm의 타고난 체격을 토대로 모든 운동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다. 장거리 육상선수로도 활동했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롤러스케이트도 탔다. 전국대회에서 몇 차례 우승하는 등 '링크 꿈나무'로 성장하던 전미정은 그러나 중학교 2학년 때 롤러스케이트화를 벗었다. 전미정은 "스피드스케이트는 키가 너무 크면 오히려 불리하다"면서 "허리도 아파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음이 골프였다. 아버지 전용선(55)씨가 권했다. 전미정은 "처음 1년 동안은 정말 따분했다"면서 "기량도 늘지 않아 아마추어시절에는 우승한번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전미정의 육상과 롤러스케이트로 다져진 단단한 하체는 골프에서도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는 원동력이 됐다. 전미정은 고교 졸업 후인 2001년 프로테스트를 통과했다.
▲ '늦깍이' 데뷔 첫해 '깜짝우승'=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투어활동을 시작한 전미정은 곧바로 KLPGA선수권에서 '깜짝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 파라다이스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는 61타를 치며 기염을 토했다. 61타는 아직까지도 KLPGA투어 18홀 최소타기록으로 남아있는 진기록이다.
전미정은 2005년 일본 무대로 눈을 돌렸다. 전미정은 "일본은 시합 수가 많다보니 기회도 그만큼 많을 것 같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점이 있었다"며 일본 진출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미정은 2006년 메이지초콜릿컵을 비롯해 3승을 거두며 일본에서도 '성공가도'를 알렸다. 상금랭킹도 2위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JLPGA투어 최초로 3주연속우승까지 달성했다.
전미정은 "초기에는 언어소통에 어려움이 많아 힘들었지만 말이 통하게 되자 골프도 안정을 되찾았다"면서 "해외무대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은 언어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전미정은 이어 "지금까지 잘해왔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정상 도전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 강력한 멘탈이 과제(?)= 2주 전 산쿄레이디스오픈 최종일. 전미정은 2홀을 남겨놓고 3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어 우승의 '9부능선'을 넘었다. 문제는 역시 뒷심부족이었다. 17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1타 차가 되더니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는 70야드 거리의 세번째 샷을 물에 빠뜨리며 또 다시 더블보기를 범해 분루를 삼켜야 했다.
전미정은 이런 비극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시즌 최종전인 리코컵투어챔피언 최종일 17번홀 보기- 18번홀 더블보기로 다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고가 미호(일본)가 역전우승과 함께 상금여왕에 올라 한국선수로 최초로 상금왕을 노리던 이지희(30ㆍ진로재팬)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사실 전미정의 올해 기록을 보면 평균타수 2위(70.65타)와 그린적중률 1위(71.37%), 그린적중시 평균 퍼팅수 1위(1.7개), 파세이브율 2위(88.07%), 평균 버디수 1위(3.77개) 등 엄청나다. 기록상으로는 '3승 챔프'가 아쉬울 정도다. 전미정은 이때문에 기량 보다도 보다 강력한 멘탈이 상금여왕 등극의 관건이다.
▲ 전미정의 '비밀병기'= 딱 하나만 빼놓고 나머지는 모두 투어스테이지 제품이다. 드라이버는 X드라이브 701모델로 로프트 9.5도에 샤프트 강도는 스티프(S)다. 종종 Vi-Q 모델을 사용하기도 한다. 페어웨이우드는 X-GR로 3, 5, 7, 9번 4개를 백에 넣고 다닌다.
올시즌 그린적중률 1위의 원동력은 X블레이드 701G 아이언이다. 전미정은 "탄도 조절이 쉽고,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숏게임은 X웨지 101HB(52도와 58도)가 책임진다. 퍼터만 유일하게 투어스테이지가 아닌 오딧세이 화이트핫 모델을 사용한다. 볼은 X01 B+ 모델이다. 특이한 건 언제나 그린색 볼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여주=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