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블루칼라 노는 곳에 화이트칼라 물든다?'
금융권 출신 인사가 줄줄이 산업계로 둥지를 옮기고 있다. 재무, 회계, 인수ㆍ합병(M&A) 등 금융 분야 전문성을 지닌 '인재 모시기' 경쟁이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내년엔 M&A 큰 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권 인재 사냥에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무적인 배경 외에도 금융권과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경영 전략 차원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7일 산업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최근 신설된 경영전략본부장에 문석록 부사장을 신규로 영입했다. 문 부사장은 지난 1975년 한국상업은행을 시작으로 호주 웨스트팩 은행, 노무라증권 시드니 및 홍콩 지점 M&A 팀장, 삼성생명 해외투자 및 M&A 팀장 등 오랜 기간 금융권에 재직했다.
파격 인사를 단행해 화제가 된 매일유업도 김선희 전무를 재경본부장에 앉혔다. 김 전무는 크레디아그리콜은행 수석 애널리스트와 씨티은행, UBS AG 이사를 지낸 금융 전문가다.
SK그룹은 청와대에서 파견 근무 중이던 박영춘 전 금융위원회 국장을 전격 스카우트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SK㈜에서 업무를 시작한 박 전 국장은 금융위 주요 보직인 금융정책과장 등을 거친 금융 '통(通)'으로 유명하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SK가 향후 금융 부문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란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올 상반기께 금융권 출신 황선복 전무를 최고재무관리자(CFO)로 택했다. 황 전무는 지난 1975년부터 2002년까지 산업은행에서 종합기획부, 경영전략부,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과 관련한 현안이 상대적으로 많은 건설 업계에서도 금융권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 들어 몇몇 건설사가 국민은행 부행장과 산업은행 및 대우증권, 신한은행 출신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중견 기업 움직임도 비슷하다. 아주그룹은 지난 6월 김학주 전 신한은행 부행장을 계열사인 아주캐피탈 재무ㆍ채권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는 신한은행과 2대 주주 이상의 유기적인 관계뿐 아니라 재무적 역량 강화, 제1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노하우 전수 등 아주캐피탈이 초우량 금융기관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베넥스 인베스트먼트는 KTB투자증권에서 10년간 근무했던 최창해 씨를 지난달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최 부사장은 사모펀드(PEF)유치를 장기로 하던 인물. 회사 측은 금융권에서 PEF 투자 전문가 4명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M&A 경쟁을 염두에 둔 행보다.
이 외에도 금융권에서 근무한 전문가 영입을 모색 중인 기업들이 많다. 모 그룹 고위 관계자는 "제조업을 주로 영위하는 기업들이 점점 금융업 진출의 길을 찾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이는 업종 간 장벽이 큰 의미가 없어졌음을 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M&A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적자생존의 시대가 열린 데다 금융 분야 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얻는 플러스 효과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며 "금융권 엘리트를 모셔오기 위한 물밑 작업이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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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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