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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변혁갈림길 서다]진퇴양난에 빠진 중소형사

상승장에 직접 투자 붐…주식형펀드 설정액 급감
마케팅하자니 안팔릴까 걱정…무상감자 '치욕'도


자산운용업계가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 연초 이후 계속된 환매행진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코스피지수가 1년3개월여 만에 1700선을 오르내리는 등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자 직접투자 문화까지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잇단 소송까지 겹쳐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한때 성과급 잔치를 벌일 만큼 잘나갔던 운용업계가 왜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까.

◆이제는 펀드 환매하려 줄 선다?=지난 2007년 하반기, 시중은행과 증권사 지점엔 직장인은 물론 가정주부들까지도 펀드 가입을 위해 길게 줄을 섰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의 한 신규펀드는 순식간에 수조원대의 수탁고를 기록하는 인기를 구가하며 펀드 산업이 초호황기를 맞기도 했다.


만 2년이 지난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 연출 중이다. 한때 반토막 났던 펀드가 그나마 수익률을 회복하자 이참에 환매하겠다는 고객들로 북적인다. 그동안의 마음고생 때문인 듯 판매창구 직원의 설득에도 아랑곳 않고 환매를 결정한다.

한때 100조원을 넘었던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어느새 70조원대로 급감했다. 감소추세도 더욱 빨라져 현재 속도라면 연말께 60조원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왜 갑작스런 '펀드런'?=펀드 잔고 급감은 대내외적인 악재들이 동시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수익률이다. 그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에 고심하던 투자자들이 과감히 펀드를 털고 직접투자를 시작하거나 아예 투자자문사 등에 일임해 버리는 추세다.


세제개편도 악재다. 그동안 투자유인책으로 부여됐던 펀드 관련 세제 혜택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대폭 축소되기 때문이다. 공모펀드에 대한 거래세 부과, 해외펀드 비과세 폐지 등은 안그래도 힘든 실정에 기름을 끼얹었다.


대박 상품 부재도 아쉽다. 설정 수개월 만에 조단위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던 히트상품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운용사들조차 새 상품을 내놓고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부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든든한 아군이었던 은행의 '배신'도 업계를 마음 아프게 한다. 펀드 가입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지점 영업직원들이 판매를 도외시, 신규 가입자가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


◆운용업계는 그야말로 '패닉'=운용사의 수입원은 펀드 판매에 따른 수수료와 운용보수가 사실상 전부다. 펀드가 팔리지 않거나 잔액이 줄수록 운용사들의 수익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대형사들은 그나마 대표 상품을 내세워 겨우겨우 버텨가고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그럴 힘도 여력도 남아있지 않다. 최근 블리스자산운용은 악화된 재무구조 때문에 대규모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절박감에 200억원을 넘던 자본금이 50억원대로 줄어드는 '치욕'을 감수하기로 했다.


외국계 운용사들은 한때 버스, 지하철 등 대중 교통수단에까지도 펀드 소개 광고를 실어왔으나 이젠 그마저도 중단했다. 어차피 팔리지도 않는데 마케팅 비용이라도 아끼자는 생각이다.


각종 소송도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CS자산운용(현 우리자산운용)이 내놨던 파워인컴펀드는 업계의 빅 이슈였다. 이 펀드로 손해를 본 고객들이 우리투자증권과 우리CS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 법원은 판매사는 물론 운용사에게까지 책임을 물도록 해 운용사들은 과거 판매했던 펀드에 혹여나 소송이 들어올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위기의 책임은 운용업계, 이젠 변해야 한다=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증시 급락으로 펀드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운용업계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그동안 60여개에 달하는 운용사들이 제각각 수백개씩의 펀드를 무차별적으로 생산해냈다. 펀드수 세계 1위, 1만개에 달하는 펀드 숫자가 그 증거다. 하나의 펀드를 내면서 수십개의 클래스 펀드를 만드는 관행도 문제다.


수시로 운용역(펀드매니저)을 교체해 펀드 철학의 지속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운용사들의 책임이다. 운용사 자체적으로 적극적인 판매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대형 시중은행에만 기댄 판매 관행도 업계의 잘못이다.


그러나 아직 늦은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수십, 수백조원에 달하는 투자자들의 자산이 업계를 지탱하고 있고 운용사들도 조금씩이나마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업계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업계가 새롭게 변해야만 잃어버린 투자자들의 신뢰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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