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신규 상장기업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의 신흥 거래시장이 생존 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원점 회귀'에, 일본은 '생존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사활을 건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일본 경제 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 최신호(27일자)가 보도했다.
닛케이 비즈니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일본 신흥시장의 공통된 문제점은 벤처기업이 상장해도 담당 증권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해 거래량이 침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애널리스트가 없는 상장사는 1400개에 달하며, 일본은 신흥 거래시장의 상장사 1300개 가운데 1200개사에 애널리스트가 한 명도 없다.
이는 금융 위기 여파로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퇴출된데다 대기업 거래에만 애널리스트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 신흥 거래시장은 모두 거래 활성화를 최우선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 초심으로 돌아가는 나스닥 = 4000개사가 상장해 있는 미국 나스닥 시장을 운영하는 나스닥 OMX 그룹은 증권정보업체 모닝스타와 손잡고 4000개 상장사에 대한 주식 리포트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사의 웹사이트상에 '프로필 리포트' 코너를 만들어 모닝스타의 증권전문가가 직접 작성한 4000개 상장사 및 업계 동향, 주가 추이, 재무 분석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리포트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종목의 매매판단까지는 하지 않지만 일반 금융정보사이트보다 훨씬 고급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나스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인텔·애플 등 대형 기술주에만 투자자들이 몰려왔다. 하지만 지난 6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보호 신청을 계기로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대기업들의 거래량도 급감, 비상이 걸렸다.
로버트 그레이펠드 나스닥 OMX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신규상장이 급감한데다 대기업들의 거래마저 위축되고 있어 시장의 앞날이 어둡다"고 말한다. 그는 "이는 나스닥의 설립 취지인 벤처기업의 발굴과 육성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나스닥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원점 회귀'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나스닥은 매매에 참여하는 마켓 메이커들에게도 벤처기업의 거래를 늘리는 시스템 도입을 호소하며 거래량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100개 가량의 벤처기업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살아남기에 급급한 日시장 =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일본에서도 신흥 거래시장 재편을 위한 분주한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자스닥증권거래소와 오사카 증시의 헤라클레스, 도쿄 증시의 마더스 등 일본 6개 신흥시장 임원이 내달 6일 한자리에 모인다. 논의 주제는 당연히 '생존'이다.
경영 위기에 처한 자스닥과 헤라클레스는 내년 10월 통합을 위해 상장심사 기준 및 폐지 기준, 시스템 조정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들은 지방 및 벤처 기업 등 상장사 수 및 거래량 확대가 목적이어야 하지만 통합 준비에 급급하다.
오사카 증시의 무라타 마사유키(村田雅幸) 이사는 "시장의 기본방침을 정하지 않으면 투자자나 상장기업에 대한 정보제공 등의 서비스를 결정할 수 없다"며 어쩔수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자스닥의 모리모토 노리스케(森元憲介) 경영기획부장은 "자스닥 자체가 2기 연속 적자여서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착수할 여력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다시말해 벤처기업에 대한 서비스를 늘리기보다는 자신의 생존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경기와 주가가 회복돼도 벤처기업의 상장 의욕이 개선될 여지가 있을까 말까한 상황에서 신흥 거래시장의 이처럼 소극적인 태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 시장의 존재는 상장하는 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시장의 생존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앞으로도 내리막길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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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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