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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상장, '주가에는 보약, 실적에는 독약'

기업들이 우회상장을 하면 단기간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지만 우회상장 후 실적은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일반적인 인수합병의 경우 이사회 결의 10일전부터 공시일까지 주가상승률은 8.9%로 집계됐으나 우회상장인 경우 30%로 월등히 높았다. 반면 장기 영업성과 측면에서 볼 때 우회상장사한 회사들이 대부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 대비 영업현금흐름수익률(ROCF)이 인수합병 이전에 비해 일반 인수합병의 경우 3%포인트 증가했지만 우회상장의 경우 1.74%포인트 하락했다. 
끟우회상장 전후 주가 상승=지난해 1월17일 우회상장한 스포츠서울21은 이후 보름동안 30.41% 급등했다. 최근 우회상장한 코스닥 나노엔텍로이의 경우도 마찬가지. 로이는 7월 한달에만 주가가 283.16%나 급등했다. 나노엔텍도 5월 한달 동안 35.84% 상승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회상장이 비상장사가 외연을 쉽게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속속 주가에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우회상장에 대한 규제에도 비상장기업들의 우회상장 시도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4년(2005~2008년) 평균 10개의 코스닥 상장사 중 1개사 이상이 우회상장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과 상장 후 자금 확보가 유리해진다는 것도 비상장사들이 우회상장에 관심을 집중시킬 수 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끟우회상장 후 2년내 절반이상 영업적자=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우회상장 전력이 있는 코스닥 상장사는 103개사 이상으로 전체 상장사 중 10.6%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우회상장사 중 3,6,9월 결산법인을 제외한 12월 결산법인 100여개사의 지난해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70% 이상이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흑자를 낸 곳은 23%도 채 되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흑자 기업 중 절반 이상의 기업은 영업이익이 급감했다는 사실이다. 우회상장을 통해 지난해 1월 30% 이상 주가가 상승한 스포츠서울21의 경우 지난해 3분기를 지나면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반전하거나 적자를 지속했다. 결국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2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루멘스 역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억23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5.17%나 급감했다.



코스닥 협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우회상장이 장외업체가 부실 상장기업을 인수한 뒤 합병 주식교환 영업양수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우회상장 이후에도 기존의 부실이 해소되지 않아 단기간 내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한 연구위원은 "우회상장 후 외형이 커지는 것은 기업 간 결합의 결과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며 "문제는 영업이익의 개선 여부인 데 대다수 우회상장사들이 제대로 된 사업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성장성만 내세워 시장에 들어오기 때문에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최근 로이의 주가 급등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머니게임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며 "우회상장 리스크를 충분히 염두해 두고 투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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