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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알파걸'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직장 생활 10년차인 한지수(36) 과장은 요즘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한 씨는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했으며 일처리도 똑부러지게 잘해 동기들 중에서 가장 먼저 과장으로 진급했다.


대표적인 '알파걸'이었던 한 씨는 그러나 아이를 낳기 시작하면서 부쩍 한계를 느끼고 있다.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아이의 저녁을 챙기고 공부를 봐주고 늦게서야 잠이 든다. 그 사이 자잘한 집안일들도 한 씨의 차지다. 아이라도 울면 그 날 한 씨의 저녁은 거의 끝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 울음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한 씨와 달리 남편은 세상 모르고 잠만 잘 잔다. 간혹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기는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도와주는 것'일 뿐이다.

출근할 때마다 아기가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고 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찢어지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사회적인 커리어도 포기할 수 없다. 아이 낳으니 달라졌다는 말을 듣기 싫어 회사에서는 더 악착같이 일하고 회사 행사도 꼬박꼬박 참여한다.



사무실을 한 번 둘러보자. 전무님, 상무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부장님, 과장님, 하다못해 대리님만 돼도 압도적으로 남성들의 비율이 더욱 높다.

사회생활 초반, 남성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이들에게 '역차별'의 감정까지 들게 했던 그 많은 알파걸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남성 중심' =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의 삶은 피곤하다. 결혼 전 '알파걸'로 남성들과 경쟁하는 것도 모자라 결혼 후에는 집안일까지 책임져야하는 '슈퍼맘'이 돼야한다.


한 여성 직장인은 "남자들이 여자들의 집안 일을 '도와줘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이미 집안일을 여성의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똑같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집안일은 기본적으로 여성이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직도 사회적으로 뿌리깊이 박혀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취업을 준비하는 순간에도 이미 여성과 남성의 차별은 분명히 존재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중인 여대생 이 모씨(24)는 "같은 조건의 남자와 여자라면 기업에서는 주로 남성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요즘 우스갯소리로 최고의 스펙은 '남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탈 알바몬이 최근 대학생 12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학생의 경우 86.2%가 '성별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고 응답했지만 여학생의 경우 이보다도 7%가 많은 93.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다음생에서의 성별을 '남성'으로 선택한 사람은 남학생 52.7%, 여학생 44.0%였으나 '여자'를 선택한 응답자는 남학생의 29.3%, 여학생의 34.3%에 그쳤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나타내주는 결과다.



◆연차가 쌓인 알파걸은 '집으로' = 사회생활에서 직급이 높아질 수 있는 확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근속년수가 길어질 수록 더욱 직장일에 몰두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아이를 우선으로 두지 않고 '일'에 몰두해 성공하는 남자들에게는 멋있다고 박수를 친다. 그러나 역시 아이를 뒤로 하고 일에 몰두하는 여성에게는 "아이까지 내버리고 독하다"는 차가운 시선이 먼저 돌아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잘나가는 알파걸이었던 여성들 중 대다수는 아이를 위해 자연스럽게 본인의 커리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알파걸들이 어디로 사라지느냐에 대한 정답은 간단하다. 대한민국 사회의 뿌리깊은 남성 중심적인 사고가 '알파걸'을 '슈퍼맘'으로까지 내몰면서 이들은 자연스럽게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집으로 향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알파걸과 알파보이의 수가 역전되는 것이다.



◆ '남vs여' → '남+여' = 남성과 여성에 관련된 주제는 끊임없이 토론돼왔으며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부분이다.


과거와 비교할 때 장족의 발전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부족한 분야도 많다. 사회적인 인식도 아직 굳건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는 젊은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흡연 남성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군 전역자 가산점 문제로 대변되는 남성의 권리찾기가 어쩌면 앞으로 더 진지하게 진행될 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그만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로 남성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역사적으로 새로운 여성의 역할을 찾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흘렸던 눈물과 고통을 생각하면 여성의 사회진출은 아직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남성과 여성의 사회진출이 서로의 권리를 빼앗고 경쟁하는 것이 아닌 상생의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여성학에 등장한 '양성평등'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성적인 차별과는 상관없이 모든 영역에서 동등한 참여를 보장받고 동등한 지위에서 권리와 이익을 향유한다는 것. 아직까지 뿌리깊게 우리 사회에 박혀있는 남녀차별 문제 뿐 아니라 '알파걸'의 등장으로 발생하는 성 역차별까지 치유할 수 있는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안혜신 기자 ahnhye8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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