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를 무기 삼아 적극적인 투자를 펼치던 국부펀드가 금융위기를 만나 그 기세가 급격히 꺾이고 있다고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전세계 국부펀드의 자산 규모는 약 3조달러. 지난해 말에 비해 6000억달러나 줄어들었다.
주가 폭락과 실물 부동산 시장의 붕괴가 악재로 작용한 탓이다. 뒤이어 찾아 온 경제 침체는 환율과 상품가격 변동, 무역과 자본 흐름 등 거시 경제 리스크에 민감한 국부펀드를 더욱 죄어오고 있다.
국부펀드의 장부 가치도 2007년말과 비교해 18% 감소했다. 주가가 45% 급락하면서 커다란 타격을 입혔기 때문.
슈테판 케른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로 인해 2007년부터 국부펀드의 자산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자금 유입 역시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부펀드의 투자 규모도 뚜렷한 감소세다. 1분기말 기준 국부펀드의 투자액은 100억 달러에 그쳤다. 작년 총 계약 규모가 590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도 국부펀드의 성장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금융위기 발발 전 2016년 국부펀드의 자산 규모가 10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놓았던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들은 금융위기 이후 2019년 전망치를 7조달러로 내려잡았다.
FT는 이같은 조사 결과는 금융시장 내 국부펀드의 영향력이 은행이나 투자펀드, 보험업계, 연금펀드 등에 비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권의 자산이 96조달러, 투자펀드와 보험업계의 자산 규모 역시 각각 22조달러, 21조달러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국부펀드가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케른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국부펀드의 성장성은 헤지펀드 등에 비해서는 긍정적"이라며 "여전히 세계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존재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부펀드의 자금은 아시아(43%)와 중동지역(29%)에 집중돼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이 7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굴리고 있는 것을 비롯해 싱가포르투자청(3500억달러), 중국투자공사(2000억달러) 등도 대형 국부펀드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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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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