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쌍용차 21년근속 송승기 생산부장의 긴한숨

"IMF위기도 넘겼었는데...절대 이대로 죽을순 없다"


"쌍용차는 살아있다"

올해로 근속 21주년. 근속 년수로는 쌍용차 최고참 중 한 명인 송승기 생산담당 부장(사진)은 인터뷰 내내 이 말을 되풀이 했다. 그랬다. 가동이 중단된 평택공장에는 새총에서 발사된 볼트가 날고 쇠파이프 등 흉기가 난무했지만 쌍용차는 살아있었다. 공도 인재개발원으로 비상 출근하는 직원들, 바이어들의 도움을 받아 눈물을 머금고 지방과 해외를 누비고 있는 개발담당 직원들, 각각의 가정에서 시민들과 언론에 대한 선전전에 나서고 있는 가족들과 협력업체들 속에서 신차는 여전히 개발 중이었으며 쌍용차는 아직 살아있었다.


지난 5일 평택공장 인근 공도 인재개발원에서 송 부장을 만났다. 며칠 새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지난 26일 직원들의 공장 진입을 진두지휘하며 마이크를 잡았던 그는 현장은 물론 이후에도 '배신자'라는 노조의 노골적인 비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공장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가슴과 배에 볼트 새총을 두 번이나 맞았다. 시퍼렇게 멍 든 상처를 보이며 그는 "살인 무기나 다름 없었다"고 했다. "공권력 투입이 안되면 다시 들어가 공장을 되찾겠다"고도 했다. 이번에도 역시 맨 몸으로 들어갈 셈이다.

◆"노-노(勞-勞) 갈등은 왜곡, 공장 밖 3000명도 노조원이다"=언론에서 쌍용차 사태를 노노갈등으로 몰아가는 점에 대해 송 부장은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공장 안에 노조원이 900명이나 있지만 밖에 있는 조합원은 3000명이며 이들은 두 달이나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공권력이 투입됐다면 들어갔겠나. 정부가 공권력 투입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협력업체가 도산하는 등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자 3000여명의 임작원들은 지난 26일 노조의 봉쇄를 뚫고 공장 진입을 강행했으며 물리적 충돌이 빚어져 수십명이 크게 다쳤다. 이 과정에서 사측 이희정 차장이 노조에 억류됐었으며 노사간에는 협박 등을 둘러싼 설전이 첨예하게 벌어졌다.


송 부장은 "폭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일단 공장에 들어가 노사협의를 원만하게 진행하려는 것이 임직원들의 의도였다"며 "다시 들어갈 때는 비폭력이 원칙은 지키겠지만 보호장비 정도는 하고 들어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IMF도 버틴 쌍용차, 이대로 죽을 수 없다"=쌍용차의 위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IMF 구제금융사태가 비화될 당시 대우그룹에 인수됐던 쌍용차는 대우그룹 해체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아 워크아웃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쌍용차를 구했던 것은 지금도 사내에서 전설의 베스트셀러로 통하는 무쏘와 코란도 두 모델이었다. 송 부장은 "베스트셀러가 회사를 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워크아웃에 들어갔었지만 판매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무쏘와 코란도 등 경쟁력 있는 모델이 회사를 구했다"고 했다.


당시 쌍용차의 모습은 지금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다. 쌍용차는 회심의 카드인 C200(프로젝트명)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콘셉트카가 완성되고 양산에 들어가기 직전, 상하이차가 이른바 '먹튀(먹고 튄다는 뜻의 은어)'를 단행했고 쌍용차는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빠져들었다. C200은 쌍용차가 사상 최초로 북미지역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콤팩트 SUV. 2000cc 저공해 디젤엔진이 175마력의 힘을 내면서도 동급 최고 수준의 연비를 구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당초 올 9월 양산을 목표로 했지만 직장폐쇄로 양산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송 부장은 "IMF를 이겨낼 수 있던 것은 고객들이 원하는 차를 계속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공장을 다시 가동하고 C200을 개발하지 못하면 살아날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직장으로 가지 못하고 인재개발원으로 출근하는 직원은 모두 600명. 여전히 지방이나 해외 출장 중인 직원들과 온라인으로 각종 아이디어를 실시간 교환했으며 개발담당 직원들도 치열하게 신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회생 의지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를 듯' 했다. 현장서 만난 한 직원은 "공장이 가동되면 당장 신차를 만들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불가능 한 것 말고는 정말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