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께.
우선 저의 문제로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하여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진즉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만, 자칫 그것이 진행중이던 조사나 심의, 그리고 대법원장님의 결단에 도리어 부담이 될까봐 여태껏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습니다. 이점 부디 너그러이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오늘 대법원장님으로부터 엄중한 경고를 받았습니다.
이미 지적된 것처럼 어떠한 행위를 평가함에 있어서는 그 행위의 객관적.외형적 측면을 중시하여야 하고 그 행위를 받는 사람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므로, 저는 대법원장님의 지적과 경고를 전적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저로서는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나름대로 최선의 사법행정을 한다는 생각에서 또 법관들도 제 생각을 이해해 주리라는 믿음에서, 재판의 진행에 관한 의견을피력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제 행위가 재판권 침해로 평가되고 경고까지 받게 된이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재판의 독립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므로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신중하게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고 도를 넘어서 법관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손상을 초래하였다는 점에서 후회와 자책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당시의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단독판사님들을 포함한 전국의 법원 가족 여러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사법부 내부에서 재판에 대한 간섭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오해의 빌미를 제공하고 모든 법관들의 자긍심에 손상을 줌으로써 제가 평생 몸담아온 사랑하는 법원에 크게 누를 끼치고 말았다는 생각에 내내 괴로웠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하여 제가 얻게 된 굴레와 낙인은 제가 이 자리에 있는 동안, 아니 제 남은 일생 동안 제가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제 짐입니다.
아무쪼록 제 부덕과 어리석음으로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드린 상처가 하루빨리 치유되었으면 합니다.
저의 일로 인하여 법원 가족 여러분께 여러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2009.5.13
신영철 드림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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