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그리드, 그린카 조기 보급위한 인프라될 것
바이오와 LED 등 기존 테마에 식상해 하던 투자자들은 2015년 이후 매년 2000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핫 아이템'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의 등장에 열렬히 환호했다.
하지만 스마트 그리드로 인한 진정한 수혜주는 아직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미국과 차세대 전력시스템인 '스마트 그리드'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2일 관련주들은 일제히 상한가로 치솟았다.
원격검침 시스템을 제공하는 누리텔레콤은 스마트 그리드의 수혜주로 부각되며 최근 3일새 주가가 43.24% 급등했다. 옴니시스템은 3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며 51.88% 폭등했다. 두 업체 모두 전력 시스템 관련 업체다.
투자자들은 왜 스마트 그리드에 열광했을까. 수급 차원에서 시기가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지수의 가파른 상승세를 밖에서 지켜만 봐야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지금까지 덜 부각된 스마트 그리드 관련주에 올라타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다.
바이오주가 연초대비 수백% 상승했다는 소식에 배아파했으나 단기 고점이라는 인식 속에 투자를 망설이다가 새로운 테마의 등장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실제 스마트 그리드로 인한 시장 규모가 작지 않다는 것도 관련 종목의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지식경제부가 오는 11월까지 세계 최초의 국가단위 스마트 그리드 전력망 구축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인 가운데 관련업계는 2030년까지 20조원에 달하는 설비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요금·사용량에 대한 실시간 쌍방향 통신으로 요금구조 변경 ▲태양광·풍력발전·연료전지와 같은 분산된 소규모 신재생 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의 활용 ▲전기자동차와 같은 대용량 전력소비를 위한 송배전 용량 확대 등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전력망 업그레이드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스마트 그리드 정착시 연간 1조8000억원 규모의 전기 사용량을 절감하고 연간 1조원 규모의 신규발전 건설 투자 규모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그리드는 지난 1990년대에 전화망에서 인터넷으로의 통신망 진화가 IT 산업 전반의 발전을 주도한 것과 같이 전력망의 진화를 통해 신재생 에너지 확대와 전기자동차와 같은 연관산업의 발전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능형 전력망의 구축으로 새롭게 생겨날 신시장은 단순 전력망 구축을 위한 디지털 전력량계가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할 신재생 에너지 시장 활성화와 그린카 시장의 조기 보급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스마트 그리드와 연계할 경우 그린카의 조기 상용화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등 그린카의 도입 장벽으로 대두됐던 급속 충전과 전기요금 문제를 스마트 그리드가 해결해줄 수 있기 때문.
정부 관계자는 "전기 요금 및 충전 정조를 상호 교환해 가장 싼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나 충전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를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스마트 그리드가 상용화 되면 전력 소비자는 전기 요금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가장 요금이 싼 시간을 이용해 그린카에 대한 충전을 원격으로 조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또 국내의 스마트 그리드 산업이 선진국 대비 조기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조밀한 국토면적과 세계 최고 고속 인터넷망, 단일 송배전 회사 시스템 등이 꼽혔다.
스마트 그리드 정착으로 전기자동차의 보급인프라가 구축되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가운데 320만t의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탄소배출권의 가치로 환산했을 경우 년간 250억 달러에 해당하는 규모다.
결국 스마트 그리드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산업인 셈이다. 다만 아직은 로드맵 조차 발표되지 않았으므로 투자는 조금 이른감이 있다는 지적도 등장했다.
박종선 현대증권 스몰캡 팀장은 "우선 종합적인 계획 아래 세부 계획이 수립되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의 투자 결정은 빠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 꼭 필요한 사업은 맞다"고 전제한 뒤 "단기간에 쉽게 조성될 사업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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