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의 상승세가 거침없다. 연초 이후 수익률로만 따지면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지난 17일 3%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이면서 단기급등의 버블이 터지나 싶더니 20일에는 다시 2%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이며 또다시 오름세를 시작했다.
코스닥 시장의 강세 가운데에는 테마주가 자리잡고 있다. 각국의 정책에 따라 관련주는 웃기도, 울기도 하면서 코스닥 시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아시아경제신문은 21일부터 [테마X-레이]를 통해 테마주 본격 해부에 돌입한다. 상승세를 주도한 테마주들이 과연 합리적인 수준으로 올랐는지, 아니면 현 시점이 단기고점인 만큼 매도로 대응해야 할 지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매매전략에 대해 명쾌하면서도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나갈 예정이다.
가장 대표적인 테마주인 바이오주가 첫번째 타자이며, 4대강 테마주 및 U-헬스케어 관련주에 대해서도 집중 해부할 방침이다.
알앤엘바이오는 올해 들어 73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초 알앤엘바이오 주식 100만원어치를 산 투자자가 지금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736만원의 평가차액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바이오의 상승세가 눈이 부실 지경이다. 지난 20일 바이오주는 특별한 호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알앤엘바이오와 디오스텍이 상한가로 치솟는 등 이상과열 현상이 다시 나타났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바이오주에 투자하자니 이미 꼭지에 오른 것 같고 외면하자니 과거 상승세가 못내 마음에 걸리는 형국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바이오 산업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을 발표한 이후 국내 바이오주는 정책 수혜 기대감과 장기 성장 가능성이 부각되며 날개를 달았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이 유한양행과 제약업체 대장주 자리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모습도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순익 146억원을 기록한 셀트리온과 1257억원을 기록한 유한양행의 시가총액 차이가 10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쉽지않다.
물론 주가를 단순 순익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성장성을 감안해야 하지만 셀트리온이 매년 두배씩 성장한다 하더라도 유한양행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선 4년이상 소요된다.
현재 적지 않은 이익을 내고 있는 셀트리온은 차치하더라도 지난 2007년도 당기순손실 142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74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알앤엘바이오의 상승세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주요 바이오업체 가운데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해 74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메디프론(순손실 74억원), 바이로메드(순손실 40억원) 등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비단 지난해뿐만 아니라 이미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겨냥하나 단순히 새로운 블루오션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 움직이는 급격한 주가 변화로 인해 피해 사례는 이미 적지 않다. 지난 2000~2001년의 바이오 1차 버블과 2003~2005년의 바이오 2차 버블(황우석 사태)을 통해 바이오산업의 가능성과 한계성을 몇 차례 경험했다.
권재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구체적인 모멘텀과 영업실적에 근거하지 못한 주가 상승은 결국 바이오산업과 해당 기업에 대한 시장의 무관심으로 변할 수 있는 여지는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코어비트는 지난 10일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세포가공 및 용역위탁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고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주가 상승세가 시작되는 듯 싶었으나 13일 줄기세포업체 FCB파미셀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10여분 만에 하한가로 직행, 3일만에 주가는 38% 떨어졌다.
또 국내 바이오 열풍을 몰고온 오바마 대통령의 바이오 지원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미국에서는 바이오주 급등현상이 없었던 것도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배아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 허가를 받은 미국 제론은 허가시점을 전후해 주가가 100% 정도 오르기도 했지만 이내 제자리로 돌아왔다.
반면 디오스텍은 체세포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계획을 심의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배아연구전문위원회를 개최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상한가를 기록한 것과 비견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묻지마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유동성 장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도 다시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은 묻지마식 시세편승 투자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더 이상 밸류에이션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바이오주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IT 버블 당시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종목 가운데 현재까지 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종목은 10%도 안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바이오에 대한 시선을 돌릴 때가 됐다는 판단이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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