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2307억원vs180억원.
최근 코스닥 시가총액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바이오 3강의 시가총액과 당기순이익 합계입니다.(17일 종가기준) 단순 주가수익비율(PER)로 따지면 178배가 넘습니다. 지난해 번 순이익을 지속적으로 번다고 가정할 때 178년은 걸려야 시가총액만큼 벌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마치 지난 1999년말과 2000년초, IT 버블이 절정일때 인터넷기업들의 PER를 연상시키는 역사적 고평가입니다. 지난해 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코미팜을 빼도 높긴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45억원의 순익을 낸 셀트리온의 PER는 115배, 44억원의 순이익을 낸 디오스텍은 181배입니다.
물론 대표적 성장주인 바이오기업의 주가를 단순히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 PER만으로 평가하기는 무리입니다. 사업 특성상 지금은 수익이 적더라도 연구하고 있는 아이템이 대박이 터질 경우 수익이 수십배씩 급증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대장주 셀트리온의 1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 408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113%, 328%씩 증가했습니다. HMC투자증권이 예상한 올해 셀트리온의 순익은 414억원, 내년은 811억원입니다. 2009년 기준 예상 PER는 40배, 2010년 기준은 20배가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지금의 주가와 시총 수준이 이해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셀트리온 목표가를 2만3000원으로 제시하고 있는 HMC투자증권의 전망치입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 대장주란 이름이 무색하게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는 증권사가 단 3곳에 불과합니다. HMC 외에 우리투자증권이 1만8000원, 한화증권이 1만2000원의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우, 키움 등 최근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은 목표가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셀트리온은 최근 1만5000원대에서 1만8000원대를 오가고 있습니다.
디오스텍과 코미팜에 대해 목표가를 제시하는 증권사는 아예 한 곳도 없는 상태입니다. 디오스텍에 대해서는 지난달 나온 HMC투자증권의 탐방보고서가 유일합니다. 이 보고서는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시대를 열다!'는 거창한 제목을 달았지만 목표가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코미팜은 아예 분석보고서 자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시총 1조원을 오가는 기업들에 대해 제대로 된 증권사 보고서조차 없으니 투자자들은 헛갈릴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다고 오르는 주가를 모른체 보자니 손이 건질거릴 것입니다.
2005년 바이오테마 열풍의 선봉에 섰던 산성피앤씨는 2004년 매출 211억원에 순이익 1억원 수준이었지만 시총이 5000억원대까지 올랐습니다. 2004년 9월 대비 무려 30배 이상 급등한 결과인데요. 이유는 황당했습니다. 당시 황우석 박사가 뜨면서 증시에 관련 테마주 찾기 열풍이 불면서 산성피앤씨가 주목받았습니다. 산성피앤씨가 성체줄기세포 연구 벤처기업인 FCB파미셀 지분 20% 가량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산성피앤씨는 2005년 2월부터 8월초까지 3000억원 이상의 시총을 유지했습니다. 줄기세포 관련 매출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관련기업에-그것도 배아줄기세포도 아닌 성체줄기세포- 투자를 했다는 소식에 수천억원의 거품(?)이 반년씩 유지됐던 것입니다. 지금도 산성피앤씨는 황우석 박사와 줄기세포 얘기가 나오면 급등하곤 합니다.
증권사들이 분석을 거부(?)해도, 실적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주가라는 혹평에도 투자자들이 바이오주를 외면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디오스텍은 차병원을 등에 업은 줄기세포, 코미팜은 항암제 코미녹스에 대한 기대감이 현재 시총에 상당부분 녹아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오사업의 특성상 기대가 현실화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제약사들이 제대로 된 신약을 개발 못하는 것은 그만큼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성공률도 낮기 때문입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하지요. 위험도가 높아야 수익률도 높다는 얘기지만 높은 수익률에는 그만큼 위험도 높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코스닥을 500선까지 끌어올린 바이오 테마에 올라타려는 공격적 투자자들이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겨야 할 증시 격언인 듯 합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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