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르포] 산불로 ‘애타는’ 산림청 사람들‘ 25시

사투 벌이는 헬기조종사, 산불진화대, 대전청사 종합상황실 근무자 등 기진맥진
올 들어 13일 현재 371건 산불발생…산불방지 특별비상경계령 연장 속 24시간 초비상


정부대전청사 1동 15층 산림청 산불종합상황실. 요즘 이곳엔 연일 긴장감이 흐른다. 전화벨 소리, 산림헬기와의 교신음 등으로 부산하다.

붉은 색 조끼를 입은 산림청 산불방지과 직원들이 벽면에 붙은 산불종합상황판과 위성영상스크린을 쳐다보며 산불 끄기 지령을 내리고 있다. 무전기, 전화, 컴퓨터 등이 총동원된다. 보고, 접수, 지휘, 기록, 관리 등 챙기는 일이 하나 둘 아니다.

하루 8명씩 24시간 맞교대하는 이곳 직원들은 잦은 산불로 신경이 곤두서있다. 얼굴엔 피곤기가 역력하다. 밤낮이 없고 주말과 휴일을 잊은 지 오래다.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상황실 사령탑을 맡은 이현복 산불방지과장(56)은 “산불 끄기 인력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면서 “밤샘근무를 하고도 쉬지 못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4주째 집에 가지 못하는 사무관이 있을 만큼 인력이 달린다고 했다. 모두 쓰러지기 직전이란다.

지방산림청 상황실과 사무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도 때도 없이 전국서 일어나는 산불 때문이다. 특히 산불방지 관련부서 산림공무원들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비 오기만을 학수고대할 뿐이다.

산림행정의 총책임자인 정광수 산림청장(57), 산불상황을 수시로 언론에 알려야 하는 대변인실 사람들도 입장은 같다. 더우기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산불진화 헬기(47대) 조종사는 기진맥진이다. ‘불타는’ 산림에 ‘애타는’ 산림청이란 말이 적확할 것 같다.

정 청장은 이달 들어 산림헬기를 타고 5곳의 산불현장(칠곡, 옥천, 임실, 경주, 남원)으로 달려갔다. 김남규 기획조정관을 대동하고서다. 산불 끄기 지휘를 하는 정 청장의 손엔 진땀이 나고 입이 바싹 마른다.

정 청장은 일요일인 12일 새벽에도 남원 산불현장으로 날라 갔다. 그는 그곳에 닿자마자 진화대책을 논의하고 불을 끈 뒤 재발방지를 위한 잔불정리에 각별히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또 10여 일간 하루 10시간 넘게 산불과 맞서고 있는 산불진화헬기조종사와 산림공무원들의 안전에도 주의를 당부하고 격려했다.


올 들어 13일(오후 7시 현재)까지 일어난 산불은 371건. 태운 숲 면적은 428.99ha. 지난해 같은 기간(192건, 121.1ha)보다 훨씬 많다. 하루 평균 3.6건의 불이 나 1.16ha를 태웠다. 전체면적으로 따져 여의도면적의 1.3배가 탄 셈이다.

지난 3일 ‘산불방지 특별비상경계령’이 첫 발령된 뒤 13일까지 전국에선 154건의 산불이 일어나 312.67여ha의 숲이 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배, 최근 10년 평균보다는 2배나 많은 것이다.

이런 산불들은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입산자 실화와 담뱃불 등 사람들 부주의로 대부분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현복 과장은 “산불진화현장에서 무서운 건 강한 바람과 메마른 산림”이라며 “가뭄으로 남원 등 일부지역민들이 산림헬기가 물을 퍼가지 못하게 해 애를 먹고 있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잇따른 산불로 산림헬기조종사들의 피로가 쌓여 비행사고가 날까 조마조마하고 있다. 14일 열린 국무회의 때 이런 내용을 포함한 산불종합대책과 건의안을 만들어 보고했다. 헬기와 조종사를 늘리고 승무원들의 피로감소 방안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윤병현 산림청 대변인(55)은 “자식 같은 나무가 타들어갈 땐 산림공무원들 가슴은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다”면서 “제발 비가 오고 산에 풀이 많이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비가 조금 온다고는 하지만 건조경보가 내려진 상태라 ‘비상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영·호남 및 충청지역에서 주로 일어났던 산불이 지난 주말부터는 강원·경기지역으로 번지는 등 전국에 산불위험이 높아지자 더 긴장하고 있다. 지난 3~6일 발령됐다가 12일까지로 한 차례 늦췄던 ‘산불방지 특별비상경계령’을 오는 26일까지로 또 한 번 연장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5개 지방산림청, 27개 국유림관리소 등 소속기관들은 기관장, 부기관장이 관내에서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한다. 또 직원의 50%이상을 산불취약지에 배치, 산불예방 및 기동단속활동도 벌이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전국이 가물고 산이 메말라 산불위험이 아주 크다”면서 “국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산불의 대부분이 입산객들 실수나 논·밭두렁을 태우다 일어나고 있는 만큼 산에선 화기를 지니지도, 쓰지도 말 것과 논·밭두렁 및 쓰레기 태우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