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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산림, ‘애타는’ 산림청 공무원들

12일 현재 11건 산불발생…산불방지 특별비상경계령 연장 속 24시간 비상근무
사투 벌이는 신림청 헬기조종사, 산불진화대, 대전 본청 종합상황실 근무자 등 기진맥진


요즘 산림청 사람들에겐 비상이 걸려 있다. 밤낮이 없고 주말과 휴일을 잊은 지 오래다.

대전정부청사 내 산불방지종합상황실은 말할 것 없고 지방산림청 사무실에도 긴장감이 흐른다. 전국에서 연일 일어나는 산불 때문이다.

특히 산불방지 관련부서 산림공무원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산림행정의 총책임자인 정광수 산림청장, 산불상황을 수시로 언론에 알려야 하는 윤병현 대변인 이하 대변인실 사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산불진화헬기 조종사는 기진맥진이다. ‘불타는’ 산림에 ‘애타는’ 산림청 공무원들이란 말이 적확할 것 같다.

일요일인 12일에만 전국적으로 11건의 산불이 일어나 약 3.2ha의 산림이 타들어갔다.

이날 오후 7시30분 현재 9건의 산불은 모두 꺼졌으나 오후 3시20분께 경남 함양군 함양읍 신천리에서 일어난 산불은 엄두가 안 날만큼 기세가 거세 일단 후퇴했다. 지리산 자락의 이 산불은 강한 바람으로 완전진화가 이뤄지지 않아 방화선을 구축, 더 이상 번지는 것을 막았다.

역시 이날 오후 6시께 충북 단양에서 일어난 산불은 지방산림청 직원들의 지상진화를 통해 불길을 잠재웠다.

이런 산불들은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입산자 실화와 담뱃불 등 대부분 사람들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것으로 산림청은 분석하고 있다.

산불진화현장에선 강한 바람과 메마른 산림이 산불을 확산시키는 등 연일 이어지는 산불예방과 진화에도 산불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산림청 사람들은 좌불안석이다.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산불이 일어날지 몰라서다.

이런 가운데 산림청은 12일 오후 건조특보가 전국으로 확대되고 당분간 비 소식도 없을 것이란 기상예보에 더욱 ‘비상의 고삐’를 죄고 있다.

영·호남 및 충청지역에서 집중 일어났던 산불이 지난 10일 이후부터는 강원·경기도지역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전국에 걸쳐 산불위험이 높아지자 이달 3~6일까지 발령됐다가 12일까지로 한 차례 늦췄던 ‘산불방지 특별비상경계령’을 오는 26일까지로 다시 한 번 더 연장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지방산림청, 소속기관들은 기관장, 부기관장이 관내에서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직원의 절반이상을 산불취약지에 배치, 산불예방 및 기동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전국 산불취약지에 산불감시인력을 늘려 지상산불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산에서 화기를 다루는 행위와 논·밭두렁 및 쓰레기태우기 단속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일 ‘산불방지 특별비상경계령’이 처음 발령된 뒤 12일까지 전국에선 149건의 산불이 일어나 280여ha의 숲이 불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월3~12일)보다 5배, 최근 10년 평균보다는 두 배나 많은 것이다.

정광수 산림청장은 12일 아침 일출과 동시에 남원 산불현장으로 달려갔다. 정 청장은 그곳에 닿자마자 진화대책을 논의하고 불을 끈 뒤의 재발방지를 위한 잔불정리에 각별히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그는 또 10여 일간 하루 10시간 넘게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산불진화헬기 조종사와 산림공무원들의 안전에도 주의를 당부하고 이들을 격려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전국이 가물고 산이 메말라 산불위험이 아주 큰 상태”라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일어나는 산불들 대부분이 입산객 실수나 논·밭두렁을 태우다 일어나고 있는 만큼 산에선 화기를 지니지도, 쓰지도 말고 논·밭두렁 및 쓰레기태우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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