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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석면약 폐기결정..최선의 선택일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4초

석면 파문이 정확히 열 흘 만에 일단락됐다. 석면이 검출된 의약품 등 관련 제품이 모두 판매 금지됐다. 예전 유사한 사건과 비교해볼 때 매우 신속한 결정이다.



아쉬운 것은 판매금지ㆍ회수폐기 외에는 방법이 없었을까 하는 점이다. 업체들이 실정법을 어긴 것도 아니며 식약청 말대로 신속한 폐기가 절실할 만큼 위해성도 높지 않은데 말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석면이 검출됐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정도의 석면이 위험하냐 아니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식약청의 결론은 '위해하지 않다'이다.



식약청이 자문을 구한 단체, 언론이 접촉한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부분 유사했다. 그들은 산업계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위해성은 없으나 궁극적으로 석면을 없애는 방향이 맞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식약청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했다.  



석면탈크 사용을 금지하고 유통중인 제품은 사용자제를 권고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시장퇴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안전성 서한'과 같이 식약청이 그간 자주 써온 방법도 있다. 식약청이 사용자제를 권고하는 마당에 굳이 이 약을 쓰겠다고 할 의약사나 환자는 없다.



하지만 식약청은 이 중에서 가장 강제적이며 타율적이고 무리한 방법을 택했다. 행여나 이런 약들을 시장에 남겨놨을 때 생길 감정적 비판이 두려웠던 모양이다. '영원한 약자' 제약회사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규제기관의 전형적 수법이다.



석면이 사용되고 있었음을 사전에 알고서도 기준마련에 소홀한 자신의 책임을 반성하는 기미는 별로 없다. '위험하지 않지만 폐기한다'는 모호한 메시지도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식약청은 '위해성이 없으므로 해당 약을 계속 먹어도 좋다'고 했다. 복용 중단이라는 손해의 '확실함'이 의약품을 먹을 때 생기는 손해의 '불확실성'보다 크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기업이 지게 될 금전적 손해, 갑작스런 발표로 생긴 의약품 불신이라는 손해의 확실함은 그보다 크지 않은가? 이런 비교를 하지 않는 식약청이 아쉽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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