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일 개성공단 출입경을 5일만에 허용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진출기업들이 공장 가동이 최악의 국면은 넘길 수 있게 됐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17일 10시3분경 군통지문이 왔다"며 "북한이 경의선 지역 출입경에 대해 전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출입경을 신청한 547명 가운데 서류 부실로 허용이 되지 않은 1명을 제외한 546명이 개성공단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또 오후에 남측으로 오는 입경인원 307명도 모두 귀환할 예정이다.
◆북측 전면허용 배경은
북한은 개성공단 통행 차단이 장기화 되면서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사업은 물론 남북관계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통행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진출기업들이 우리 정부는 물론 북측에 대해서도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경우 남북 모두에 치명적 상처가 남을 것"이란 요구가 어느 정도 수용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의 한 소식통은 "오는 21일까지 통행이 중단될 경우 대부분 기업들이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북측도 여기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적으로 남한 정부에 충분히 경고를 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풀이했다.
통행 차단의 책임과 관련, 북측이 져야할 정치적 경제적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사태를 오랜 기간 끌고 갈 경우 남북경협 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다시 재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명분이 필요하다"며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그만큼 책임과 부담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이번 사태가 국제적 관례를 위반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개성공단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재발방지 약속과 확실한 통행안전 보장 등 사후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북한에 전달했다. 기업들이 입게되는 생산활동의 차질 및 경제적 손실 등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통행허용 '안심하긴 아직 일러'
북한이 남측과 협의없이 통행을 차단하고 허용하는 상황은 유독 이번만이 아니다. 과거 금강산관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북한은 일방적으로 남측 기업과 정부를 압박하곤 했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언제든 상황에 따라 개성공단 등에 대한 출입경을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측이 개성공단 통행차단을 통해서 남한 정부를 압박한 것은 전술적인 차원의 문제일 뿐"이라며 "앞으로 남북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군사적 행동과 함께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에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태도 역시 관계 개선보다는 일방적인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양무진 경남대 교수는 "북한의 통행 차단 문제를 개성공단에 한정지어서 풀려고 하면 큰 틀을 못 본다"며 "현재와 같은 경색 국면에서는 단일 사안이 아니라 남북관계 전체 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