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가 지급결제서비스 도입을 앞두고 고민에 휩싸였다.
업계의 기대치와는 달리 투자대비 실효성이 적다는 판단이지만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사들에게 출발선상에서 뒤처질 수 만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업황이 안좋은 상황에서 지급결제망 인프라 구축에 드는 200억원 정도의 비용은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투자증권ㆍ부국증권ㆍ한양증권ㆍNH투자증권 등 중형 증권사들이 지급결제서비스 도입 방안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부국증권 관계자는 "인프라 구축에 190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영진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경쟁사들의 시스템 도입을 넋놓고 바라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 눈치만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시황을 감안해 비용을 최대한 낮춰달라고 협회측에 수차례 전달했지만 '소귀에 경읽기' 였다"며"고작 내놓은 방안이 '분납'인데 이달 중 결정하지 않으면 이마저도 기회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200억원이면 증시가 평년작을 유지했을때 1년 수익"이라며 "CEO가 오너체제도 아니고 전문경영인이라면 부담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KB투자증권도 '과연 실익이 있는가'를 두고 장고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도입을 결정했던 유진투자증권은 비용 출혈이 심해 풀패키지 보다는 부분 패키지로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설사들이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신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도입 가능성이 점쳐졌던 IBK투자증권은 이번에 참여 안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LIG투자증권도 막판까지 고민 끝에 참여 안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협회가 파악한 지급결제망 참여 증권사들은 21개사에서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결제원의 막무가내식 방침으로 협회측과 가격절충이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안다"며"사실 대부분의 대형사들도 투자자들이 은행 위주에서 증권사쪽으로 얼마나 마인드가 전환될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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