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기자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나면서 거래 시간 확대와 수수료 절감, 거래소 경쟁 확대 등 당초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주가 변동성의 급격한 확대와 가격 왜곡 등 다양한 문제점도 노출돼 이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커진다. 주식 거래 시간이 급격히 확대됨에 따른 투자자와 증권업 종사자의 피로도 증가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삼성전자와 기아, 한화오션 등 국내 대형주들이 오전 8시 넥스트레이드 개장 초반 일시적으로 하한가를 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넥스트레이드 개장과 동시에 전 거래일 대비 29.94% 내려서 4525주가 거래됐다. 한화오션도 -30%에서 2500주가 체결됐다. 기아와 두산에너빌리티도 하한가에서 거래가 일부 이뤄졌다.
시가총액이 100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같은 초대형주가 별다른 악재도 없이 하한가를 가는 일이 벌어지면서 넥스트레이드의 변동성 완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정 시간 주문을 모아 균형가격으로 시가를 정하는 단일가매매 방식을 사용하는 한국거래소와 달리 넥스트레이드는 '접속매매' 방식으로 시초가를 정한다. 접속매매는 매수 주문과 매도 주문이 매칭되면 즉시 거래가 체결되는 방식이다. 정보가 가격에 신속하게 반영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 1주만으로 상한가 또는 하한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다. 개장 초기 호가창이 얇은 상황에서 투자자의 일회성 주문에 의해 당시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넥스트레이드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는 상·하한가가 자주 발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넥스트레이드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 6일까지 프리마켓에서 상·하한가를 기록한 사례는 총 335건이었다. 이 중 시초가에서 상·하한가가 정해진 경우는 227건(상한가 153건·하한가 74건)에 달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손쉽게 상·하한가 체결이 됐다. 코스피 시총 상위 20개 종목 중에서는 SK하이닉스(2회), HD현대중공업(1회) 등이 시초가 상한가를, 두산에너빌리티(2회) 기아(1회) 한화에어로스페이스(1회) 등이 시초가 하한가를 기록했다.
넥스트레이드도 문제를 인식하고 올해 9월부터 제도 보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가가 10% 이상 급변하면 2분간 거래를 멈추는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를 도입하고 동적·정적 VI 발동 시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는 순간적인 주가 변동(직전 체결가 대비 3~6% 변동) 시 2분간 매매를 정지하는 동적 VI만 시행하고 있어 투자자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동시호가 제도 없이 접속매매 방식으로 실시간 거래를 받다 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 같다"며 제도 개선 이후에는 가격 급변 사례가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 시간의 획기적인 확대는 넥스트레이드 출범 이후 가장 큰 성과로 꼽히지만 동시에 주식 투자자들과 증권업 종사자들에게는 피로도 증가라는 '양날의 검'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넥스트레이드 등장으로 하루 총 12시간 동안 주식 거래가 가능해졌으나, 이는 곧 투자자들이 시장의 변동성에 노출되는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거래 시간이 확대되면서 상당수의 주식투자자가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도 주식 호가창을 들여다보는 일이 일상이 됐고 변동성에 노출되는 시간도 늘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 시간 연장이 투자자들의 유연한 매매를 돕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인이나 기관보다 정보력이 약한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대응해야 할 변수가 늘어나는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넥스트레이드의 성장은 기존 시장 지배자인 한국거래소와의 주도권 다툼으로도 번졌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넥스트레이드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주식시장 24시간 거래' 검토안은 증권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증권사들은 인력 운용과 전산 시스템 유지 비용의 급증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노조 등 노동계 역시 노동 강도 심화를 근거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거래 시간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 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거래시간을 연장한다고 증시 활성화가 이뤄진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할뿐더러 증권업 종사자의 피로도만 높일 뿐"이라며 "금융투자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증권노동자의 삶을 나쁘게 만드는 거래시간 연장 계획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래시간을 연장할 경우 국내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향상해 시장 유동성을 증대시키고 시장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면서도 "시장 유동성이 시간대별로 분산됨으로써 가격 왜곡이 나타날 수 있고 시장 전체적으로는 가격발견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일부 부정적인 영향에도 해외 투자자의 국내 시장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거래시간을 지금보다 더 길게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