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연기자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Fed 이사가 미 상원의 벽에 부딪혔다. 상원 표결에 앞서 지명안을 검토하는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워시 전 이사의 인준을 보류하겠다고 나섰다. 미 법무부가 제롬 파월 현 Fed 의장과 리사 쿡 Fed 이사에 대한 수사를 중단해야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공화당에서도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어 상임위 통과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상원 은행위 소속 민주당 의원 11명은 팀 스콧 상원 은행위원장(사우스캐롤라이나)에게 서한을 보내 "파월 의장과 다른 Fed 이사에 대한 명분에 불과한 형사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워시 전 이사의 지명 절차를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Fed 이사. 로이터연합뉴스
FT가 입수한 이 서한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형사 기소를 통해 Fed를 장악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는 위험하며 전례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법무부가 현직 Fed 당국자 두 명을 상대로 형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차기 Fed 의장을 직접 지명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은행위는 우리 민주주의와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있는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시도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워시 전 이사를 차기 Fed 의장에 지명했다. 상원 은행위는 상원의 표결에 앞서 이 지명안을 검토한다.
공화당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현재 상원 은행위 24명 중 13명은 공화당 의원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나섰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파월 의장 관련 수사가 완전하고 투명하게 해결될 때까지 워시 전 이사를 포함해 모든 Fed 후보자의 인준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워시 전 이사 인준 표결이 정당별로 갈리게 될 경우 틸리스 의원의 표로 인해 은행위는 12대 12 구도가 된다. 워시 전 이사 인준안은 상임위 문턱에서 막히는 것이다. Fed 의장 인준은 상원 은행위와 상원 전체 회의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FT는 "미 의회와 월가에서 두루 좋은 평가를 받는 주류 후보로 여겨지는 워시 전 이사의 인준 절차를 진전시키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은 Fed와 파월 의장을 겨냥한 백악관의 공격이 이제 역풍을 맞을 위험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 법무부는 Fed 청사 개보수 예산 초과를 이유로 최근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 저항하던 자신에 대한 '보복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매파(통화 긴축 선호)'인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사기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해임을 시도했다. 쿡 이사는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닌 피로 워싱턴D.C. 연방검찰청 검사장이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를 지속해야 할지 묻자 "끝까지 해낼 것"이라며 "이는 심각한 무능이거나, 일종의 절도이거나, 리베이트일 수 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닌 피로는 정말 대단하고 결국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