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강나훔기자
연합뉴스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디지털 통상 갈등이 각국의 규제 방식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제도 정비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미국발 디지털 통상 쟁점 국가별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데이터 이전, 온라인 플랫폼 규제, 디지털세, 인공지능(AI) 규범 등을 둘러싼 국가 간 통상 마찰이 본격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이 자국 빅테크 기업에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해외 규제에 대해 관세 부과나 수출 통제까지 시사하며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 각국의 데이터 현지화 정책,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 등이 대표적인 갈등 요인으로 꼽혔다.
국가별로는 EU가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강력한 입법 체계를 구축한 반면, 일본은 투명성·공정성 중심의 단계적 규제를, 중국은 국가 안보와 데이터 주권을 앞세운 엄격한 데이터 통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이러한 규제가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작용한다고 보고 무역 보복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보고서는 디지털 통상 쟁점을 크게 ▲플랫폼 경쟁 규제 ▲데이터 이전 및 현지화 ▲AI·알고리즘·콘텐츠 관리 등 신기술 규범의 세 축으로 구분했다. 이 세 영역이 향후 통상 협상의 핵심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한국의 경우 디지털 시장 규제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편이지만, 고정밀 지도 데이터와 위치기반 정보의 해외 반출 문제가 대표적인 통상 쟁점으로 지목됐다. 자율주행, 물류, 지도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인 고정밀 지도는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에 직결되는 자산인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강하게 요구하는 데이터이기도 해, 디지털 주권과 통상 마찰 사이에서 균형을 요구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온라인 플랫폼 공정성 규제 논의와 개인정보 국외 이전 제한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잠재적 분쟁 요인을 안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OECD 디지털 서비스 무역 규제지수(DSTRI) 기준 한국의 규제 수준은 평균 이하로 비교적 개방적이지만, 향후 제도 설계에 따라 분쟁 가능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글로벌 표준과의 정합성 확보, 디지털 통상 협정 적극 참여, 데이터 이전 규범의 명확화와 함께 고정밀 지도 등 전략 데이터에 대한 단계적·선별적 개방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면서도 무역 파트너국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균형 전략'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