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온라인 스캠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들을 향해 캄보디아 현지 언어로 '패가망신' 경고를 날린 글이 삭제됐다. 해당 글로 인해 현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고, 캄보디아 측이 주캄보디아 대사에게 글의 의미를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온라인 스캠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들을 향해 캄보디아 현지 언어로 '패가망신' 경고를 날린 글이 삭제됐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엑스(X·구 트위터)에 '캄보디아 현지 중국 범죄조직도 이제는 한국 경찰의 단속이 두려워 한국인 조직원을 모집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기사를 소개하며 "한국인을 건들면 패가망신, 빈말 같습니까"라며 초국가 스캠 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 지침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캄보디아어인 크메르어로도 같은 내용을 적었다.
이에 대해 캄보디아 측은 신임 김창룡 주캄보디아 대사에게 크메르어로 글을 작성한 의미를 문의했고, 김 대사는 '범죄집단이 영어나 한국어를 모를 테니 크메르어로 경고 메시지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측은 "대통령의 메시지는 (단속) 성과를 평가하고 온라인 스캠 범죄를 끝까지 추적해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이 대통령의 게시글이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전해지며 불만이 쏟아졌다. 지난 1일 캄보디아 현지 언론 '크메르 타임스' 등은 이 대통령의 해당 게시글을 거론하며 "한국 대통령의 스캠 범죄 경고가 캄보디아 국민의 분노를 촉발했다"며 "한국 대통령이 캄보디아 전체를 범죄 집단의 소굴로 낙인찍었다는 비판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캄보디아 측의 문의 이후 이 대통령 엑스의 해당 글은 삭제됐다. 이에 대해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충분히 홍보됐다고 판단하셔서 삭제한 걸로 짐작된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캄보디아 측이 김 대사를 통해 외교적으로 항의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외교부 측은 "통상적 소통이었으며 (항의의 의미가 담긴) 초치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스캠 조직에서 활동하다 검거된 한국인 피의자 73명이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 송환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지난달 범정부 초국가범죄 TF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스캠 범죄에 가담한 피의자 73명을 강제 송환했다. 이들은 우리 국민 869명에게 약 486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이 같은 성과를 알리며 "피의자들의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범죄수익의 환수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정부는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해외 거점 스캠 범죄를 완전히 소탕할 때까지 초국가범죄 TF를 중심으로 엄정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캄보디아 경찰은 지난달 31일 남동부 도시 바벳의 스캠 단지를 대상으로 대규모 단속 작전을 전개해 스캠 피의자 2044명을 검거했다. 체포된 용의자 중 중국인이 1792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얀마인 179명, 베트남인 177명, 대만인 5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캄보디아 내무부는 "이번 단속은 온라인 사기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캄보디아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