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정기자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파죽지세로 치솟던 금·은 가격에 제동이 걸렸다.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국제 금·은 값이 폭락했다. 이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와 관련주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차기 연준 의장 지명으로 금·은 가격 변동성이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2일 오전 9시25분 현재 KODEX 은선물(H)은 전장 대비 19.46% 내린 1만4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가 12.47%, TIGER 금은선물(H)는 8.19%, TIGER KRX금현물 7.12% 등 금과 은 관련 ETF들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장지수증권(ETN)도 은 관련 레버리지 ETN이 큰 폭으로 하락 중이다. 메리츠 레버리지 은 선물 ETN(H)는 49.52% 하락하며 전체 ETN 중 가장 많이 빠졌다. KB S&P 레버리지 은 선물 ETN(H) 49.49%, N2 레버리지 은 선물 ETN(H) 49.35%, 한투 레버리지 은 선물 ETN 48.91%, 미래에셋 레버리지 은 선물 ETN B 48.44% 하락하며 뒤를 잇고 있다.
반면 은 가격 하락 시 수익을 내는 은 관련 인버스 ETN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삼성 인버스 2X 은 선물 ETN(H) 28.13% 상승하며 전체 ETN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신한 인버스 2X 은 선물 ETN(H) 21.43%, 미래에셋 인버스 2X 은 선물 ETN 21.08%, 한국 인버스 은 선물 ETN 13.74% 등의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귀금속 관련주인 고려아연도 11%대 하락을 보이고 있다. 제련 과정 중에서 부산물로 은을 얻는 고려아연은 은 가격 상승에 추가 수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돼 왔다.
이같은 금·은 관련주와 ETF·ETN의 급락은 국제 금과 은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제 금값은 11% 넘게 하락했고 은은 31% 폭락하며 1980년 이후 46년 만에 최고 낙폭을 기록했다.
앞서 금과 은은 사상 최고치 행진을 거듭하며 금은 온스당 5300달러를 넘어섰고 은 역시 110달러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케빈 워시의 차기 연준 의장 지명에 따른 쇼크로 급락세가 연출됐다.
상대적으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인물로 분류되는 케빈 워시가 지명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케빈 워시는 대차대조표 확대(양적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2011년에 연준의 6000억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에 반대하며 사임한 바 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워시의 연준 의장 취임 전까진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달러 등 화폐 가치 약화에 대응해 금·비트코인 등 대체자산으로 이동하는 것) 관련 역풍과 시장금리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워시의 대차대조표 통제 및 축소 주장은 강달러 추세화 가능성을 역설하는 것으로 이는 금·은을 위시한 귀금속군과 가상자산 가격엔 역풍으로, 국제 유가 및 유가 민감주 전반에는 순풍으로 기능할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금·은의 상승 추세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워시 쇼크는 단기 상승 속도 조절일 뿐 금의 본질 훼손은 아니다"라며 "신임 의장 취임 이후에도 유효한 연준 통화정책 완화 기조 하 골드바·코인·ETF 등 투자 수요와 미 연방정부 부채 증가세를 경계하는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흐름은 금 가격 강세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