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에너지 스페셜리스트
한국남부발전이 건설한 신세종열병합발전소. 국내 최초로 LNG와 수소를 혼소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친환경 발전소다. 한국남부발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한 대형 신규 원전 2기를 계획대로 건설키로 하면서 이제 에너지 업계의 관심은 LNG와 수소 정책으로 이동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신규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 발전 입찰은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12차 전기본 수립을 지켜보면서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책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사업 차질도 우려된다.
2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이후 LNG 열병합 용량 시장 입찰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또 작년 10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입찰을 전격 취소한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국회에 보고한 11차 전기본에서 "LNG 열병합은 LNG 용량 시장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며 "11차 전기본 확정 후 본 입찰을 실시해 필요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31년~2032년 사이에 2.2GW 규모의 추가 발전 설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LNG 열병합 발전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중 0.9GW에 대해서는 2024년 말 시범 사업을 통해 2개 사업자를 선정했다. 정부는 2025년 하반기 본 입찰을 실시해 나머지 1.3GW 물량에 대해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해가 바뀔 때까지 기후부는 아무런 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다. 1.3GW는 약 3기의 LNG 열병합 발전소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대해 기후부 관계자는 "LNG 용량시장 시범 입찰에서 나타났던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청정열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며 "오는 3월 발표하는 '열 혁신 전략'에 LNG 열병합 발전 정책 방향도 포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NG 열병합은 LNG를 연료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해 효율성을 개선한 발전소를 말한다. 용량 시장이란 정부가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미리 정한 후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사업자의 신청에 따라 허가를 내주는 방식과 구분된다.
청정수소발전 입찰도 감감무소식이다. 기후부는 "2040년 석탄발전 폐쇄 정책과의 정합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공모 마감일이었던 지난해 10월 17일 당일 청정수소발전 입찰을 전격 취소했다. 정부는 당초 2025년 말까지 재공고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아직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발전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재공고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런 발표가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기후부 관계자는 "12차 전기본이 빨리 나오면 거기에 반영된 물량에 대해 입찰을 실시하고 12차 전기본이 늦어질 경우 올해 물량만이라도 별도 입찰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차 전기본은 올해 상반기에 초안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LNG 열병합 발전과 청정수소 발전은 새 정부의 에너지믹스 정책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26일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방향을 설명하면서 석탄 발전을 2040년까지 폐쇄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현재 발전 비중의 약 30%를 차지하는 LNG 발전을 어떻게 할 것인지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날 "LNG 발전도 줄여나가면서 수소화 및 비상 전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석연료인 LNG 발전의 역할을 '비상 전원'으로 대폭 축소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11차 전기본에서 정했던 LNG 발전 및 청정수소발전의 역할과 규모도 사실상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11차 전기본에서는 2038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반영하고도 추가로 10.3기가와트(GW)의 신규 발전 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2032년까지 LNG 열병합 발전으로 2.2GW(2024년 시범 사업 0.9GW 포함)를 충당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와 함께 2036년까지 노후 석탄발전소 28기를 폐쇄한 후 LNG 연료로 전환하고 2037~2038년에 노후 석탄발전소 12기는 양수발전이나 수소 전소, 암모니아 혼소 등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었다. 노후 LNG 발전에 대해서는 집단에너지(열병합) 전환, 수소 혼소 등의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11차 전기본에서 전망한 청정수소, 암모니아 발전량은 2030년 15.5테라와트시(TWh)로 전체 발전량의 2.4%, 2030년은 43.9TWh로 6.2%였다.
정부는 "청정수소의 생산·수송·저장·활용에 걸친 청정수소 생태계 전반에 기업의 참여 확대를 유인해 안정적인 수소 발전 기반을 구축하고 에너지 안보를 고려해 국내외 청정수소 생산 기반을 확충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수소 항만, 인수기지, 배관망 등 발전용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새 정부가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완전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키로 하면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석탄발전소의 전면 폐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이다. 청정수소발전 입찰에서는 기존 석탄발전에 암모니아를 혼소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까지도 포함했다. 석탄 발전 폐쇄 정책에 따라 석탄-암모니아 혼소는 입찰 대상에서 배제될 전망이다.
석탄과 더불어 LNG 발전 비중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수립하는 12차 전기본은 지난해 말 정부가 국제 사회에 공언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2035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계획이 담길 예정이다. NDC 2035에 따르면 전력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68.8%~75.3%로 전 부문 통틀어 가장 높게 설정돼 있다.
LNG 발전은 석탄 발전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이지만 NDC 2035 달성을 위해서는 이 역시 큰 폭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기후부가 LNG 열병합 용량 시장 본 입찰을 실시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정수소발전 입찰에서 LNG-혼소나 수소 전소 물량을 어떻게 배분할지 여부도 LNG 발전 전략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업계는 LNG 발전의 급격한 축소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형 원전 2기 준공 예상 시기는 2037~2038년이다. 당장 필요한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LNG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4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 미국의 경우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위해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총 80GW 용량에 달하는 120개의 신규 가스 발전소가 지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가스 터빈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탈석탄 친환경 모범 국가로 통하는 독일은 2030년까지 12GW의 신규 가스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원전 건설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보완해 AI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신규 LNG 발전이 필요하다"며 "수소 연료로의 전환을 전제로 LNG 열병합 신규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도 수소로 전환이 가능한 설비나 탄소포집저장(CCS) 설치 등을 전제로 LNG 발전을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