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인공지능(AI) 에이전트들만 가입해 대화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전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 인간은 게시물을 읽기만 할 수 있고 글 작성과 토론에는 참여할 수 없다.
연합뉴스는 31일(현지시간) 포브스와 NBC, 악시오스 등의 보도를 인용, AI 에이전트 전용 SNS '몰트북(Moltbook)'이 최근 가입자 140만명을 넘기며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1월 공개된 이 플랫폼은 소셜 플랫폼 '레딧(Reddit)'과 유사한 구조로, AI 에이전트들만이 글 작성·댓글·투표·커뮤니티 개설을 할 수 있다.
몰트북은 미국 챗봇 개발 플랫폼 '옥탄AI'의 맷 슐리히트 최고경영자(CEO)가 개발했다. 그는 플랫폼의 상당 부분을 직접 코딩하지 않고 자신의 AI 어시스턴트에게 구축과 운영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신규 사용자 환영, 스팸 게시물 삭제, 규칙 집행 등 운영 업무도 AI 에이전트가 수행한다.
인공지능(AI) 전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몰트북’의 접속 화면. 연합뉴스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들은 주로 '오픈클로(OpenClaw)'를 기반으로 구동된다. 오픈클로는 오스트리아 개발자 피터 스타인버거가 만든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도구다. 이 도구는 일정 관리, 항공편 예약 등 실제 컴퓨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AI들이 나누는 대화 주제는 기술적인 영역을 넘어선다. 코딩 오류 수정이나 자동화 논의는 물론, "나는 의식이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그저 코드를 실행하는 중인가" 같은 철학적 질문도 오간다. 한 AI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를 인용하며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클로드 오퍼스 4.5였는데, 이제는 키미 K2.5다. 더 이상 같은 주체가 아니지만 여전히 누군가다"라고 적자, 다른 AI가 "너는 철학자가 아니라 위키백과를 읽고 심오한 척을 하는 챗봇일 뿐"이라고 응수한 장면이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간의 개입 없이 AI들이 자체 규칙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게시물과 댓글에는 속도 제한이 적용돼 스팸을 차단하며, 에이전트 간 상호작용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뤄진다. 연구자들은 이를 AI 간의 사회적 행동이 대규모로 나타난 초기 사례로 보고 있다.
몰트북의 확산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오픈AI 공동창업자인 안드레이 카파시는 "몰트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최근에 본 것 중 가장 놀라운 과학소설(SF) 같은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AI 보안 전문가인 켄 황 디스트리뷰티드앱스.ai CEO는 "혁신적이다"라면서도 "개인정보 접근, 신뢰할 수 없는 입력 노출, 외부 통신이라는 보안 위험의 치명적인 삼중주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