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귀금속만 독주하라는 법은 없다. 다음은 비철금속이다."
건설 경기를 대변하는 대표적 비철금속인 아연 가격이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등하면서 금, 은을 시작으로 한 이른바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여타 비철금속에서도 본격화됐다는 증권사 진단이 나온다. 과거 유동성 파티 당시에서도 확인된 패턴대로다.
31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번 주 금과 은 가격은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CME)가 귀금속 선물에 대한 증거금을 인상한 데 이어, 증거금 산정방식까지 고정금액에서 퍼센트 기준으로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열기를 막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상품 인덱스는 펀드에서 가중치가 가장 큰 에너지 섹터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귀금속만으로 6개월째 상승세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처럼 귀금속 섹터의 독주가 계속되는 이유를 크게 ▲각국 중앙은행들의 헤지 수요 ▲탈법정화폐에 따른 헤지 수요 등 강력한 헤지 수요를 꼽았다. 먼저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하를 둘러싼 기대감 등으로 인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헤지 수요가 추가로 자극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미국 중간선거, 일본 총선, 중국 당대회 등을 앞두고 주요국들도 재차 부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 연구원은 금, 은 등 귀금속만 독주하라는 법은 없다며 "앞으로 주목해야 할 섹터는 비철금속"이라고 강조했다. 이론적으로 유동성이 팽창할 시기 원자재는 귀금속, 비철금속, 에너지, 농산물 순으로 주도 섹터가 바뀐다. 최 연구원은 "2020~2021년 유동성 파티 때도 귀금속이 선두에 섰다가 이후 알루미늄과 2차전지향 금속, 다시 천연가스와 석유로 주도권이 넘어갔다"며 "귀금속과 달리, 비철금속과 에너지가 글로벌 유동성 지수를 후행하는 것도 그 예"라고 설명했다. 훨씬 이전인 2009년 유동성 파티 당시에도 이러한 패턴은 그대로 확인됐었다.
귀금속에 머물고 있는 유동성이 최근 비철금속으로 유입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상품도 확인된다. 건설 경기를 대변하는 아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 연구원은 "아연 수요는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붕괴로 취약한 상태"라면서도 "그럼에도 아연 가격은 반등하고 있다"고 주목했다. 지난해 2월 t당 2700달러대 선이었던 아연 가격은 건설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최근 3400달러 안팎으로 뛰어올랐다. 그는 "비철금속이 글로벌 유동성 지수를 반영하기 시작한 지점까지 동일하다"며 "유동성이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이클 역시 '원자재 슈퍼 사이클의 초입기'로 과거와 같은 패턴을 보일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 연구원은 "2024년초 금과 은에서 출발한 유동성은 2025년 백금계와 구리를 거쳐 여타 비철금속으로 뻗어가고 있다"며 "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귀금속에 대한 추가 비중 확대보다 비철금속을 적극 늘릴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