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이민지기자
정부가 지난해 9·7대책에 이어 4개월 만에 추가 공급 대책을 내놓은 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대 주택 수요를 달래기 위해서다. 지난해 9·7 주택 공급 확대방안에서 수도권 일대 13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밑그림을 내놨으나 시장 참여자의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해마다 서울 주변에 신도시 하나를 새로 짓겠다는 수준의 대규모 공급계획임에도 구호만 거창할 뿐 개별 부지나 세부 공급 규모가 제시되지 않은 두루뭉술한 내용이 많았다. 그간 불거진 공급 부족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당정이 "공급 계획을 지속적 내놓겠다"고 한목소리로 밝힌 것도 공급 시그널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대책으로 '똘똘한 한 채'로 대변되는 강남·용산 등 고가 주택 시장에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지난해 9월에 이어 4개월 만에 추가 공급 대책을 내놓은 건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서울 등 수도권 일대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건 정부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서울 6만가구, 수도권 전역으로 치면 20만가구 이상을 착공했으나 2024년 들어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장기화된 건설경기 부진에 주택 매수세도 가라앉은 영향이다. 주택 공급 특성상 계획을 짜고 부지를 정해 집을 짓기까지 짧게 잡아도 4~5년이 걸린다.
앞서 지난 2, 3년간 주택 인허가나 착공 등 선행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고 그 여파로 시장에선 '공급절벽' 불안심리가 치솟았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도 이런 공급 부족 우려가 일정 부분 작용했다. 9·7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것도 같은 배경이다. 이날 내놓은 공급계획 역시 당시 대책의 연장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특히 그간 내놨던 주택 공급 대책이 서울 외곽지역이거나 서울 주변 3기 신도시 등 상대적으로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라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번에 서울 한복판인 용산에 기존 사업계획에서 대폭 공급 규모를 늘리거나 역세권, 주변 기반시설을 충분히 갖춘 공공청사를 중심으로 공급계획을 촘촘히 짠 것도 이러한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여러 부지를 최대한 끌어모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공급'으로 정부의 정책 기조와 시장 안정 의지를 재확인하는 신호"라며 "서울은 30대 맞벌이 부부, 청년층 주거 수요가 많은데 이미 기반시설을 구축한 지역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사업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앞으로도 수요가 있는 곳에 꾸준히 공급한다'는 원칙 아래 도심 추가 공급물량을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했다. 단발성 대책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급 확대 시그널을 시장에 전하겠다는 의도다. 국토부 등 부처 안팎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그간 기반을 다졌다면 집권 2년 차를 맞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인천 제물포에 도심공공복합사업을 도입한 이래 처음으로 착공하는 등 도심 공급 5만8000가구, 공공택지 5만3000가구 등 연말까지 11만1000가구 착공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 대책이 강남이나 용산 등 선호지역에 아파트 매수세가 몰리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도심 곳곳에 공공 주도의 주택이 대량 들어서는 만큼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안정에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착공·입주 시점이 2~3년 이후인 터라 체감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 서울시립대 교수는 "앞서 9·7대책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중심의 공급 방향을 밝힌 만큼, 서울 도심 곳곳에 저렴하고 공공성 높은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분양가를 낮추더라도 서울 도심 특성상 같이 맞춰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점을 정부도 알고 있는 터라 일반적인 분양 방식보다는 공공성을 담보한 방식으로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용산이나 태릉CC 같은 부지는 기존 수도권 외곽 공공택지 중심 공급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선호 입지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공공물량이 대거 포함될 경우 시장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 공공과 민간 수요를 얼마나 융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선호 입지에 충분한 공급'이라는 원칙이 구현됐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열심히 찾고 있구나' 정도 신호로 해석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면서 "대다수 물량이 2028년 이후 착공이라 당장 필요한 시기 공급 공백을 메우기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