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첫날 미 국익에 반한다며 WHO 탈퇴를 지시한 지 약 1년 만이다. 이로써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에 이어 두 번째로 WHO를 탈퇴하게 됐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WHO는 여러 국제기구와 마찬가지로 핵심 임무를 저버리고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반복했다"고 주장하며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두 장관은 "WHO는 미국이 창립 멤버이자 가장 큰 재정적 기부자인데도 미국의 이익에 적대적인 국가들이 주도하는 정치적이며 관료주의 의제를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에 공중보건위기 선포를 늦게 해 세계가 대응할 시간을 허비하게 했으며, 오히려 코로나19 관련 보고와 정보 공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중국의 대응을 높게 평가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첫날인 2025년 1월20일 이런 이유를 대며 WHO 탈퇴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지난 1년간 미국은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모든 인력을 철수하는 등 탈퇴 작업을 진행해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때에도 WHO를 탈퇴한 지시한 바 있으나 후임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2021년 1월20일 이를 철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미국이 WHO 탈퇴를 위해 1년 전 통보와 미지급 회비 상환이 필요하다고 전했지만, 미 정부는 채무 정산 의무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WHO 측은 미국의 체납액을 약 2억6000만달러(약 3800억원)로 추산하면서도, 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WHO의 최대 공여국으로 2022~2023년에 거의 13억달러를 제공했다. 미국의 지원이 사라지면 WHO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소아마비, 에볼라 등 각종 질병에 대응하기가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WHO는 올해 전체 직원의 약 4분의 1을 줄이는 구조조정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초 기준 WHO 소속 직원 수는 9401명으로 이 중 2371명이 구조조정·퇴직·이직 등으로 WHO를 떠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