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환기자
'인공지능(AI)' 지각생 오명을 썼던 애플이 스마트폰 AI 경쟁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애플 기기에 탑재된 음성 비서 '시리'(Siri)를 AI 기반의 대화형 챗봇으로 개편할 예정인데, 이른바 '애플판 챗GPT'가 아이폰 등 기기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등 경쟁 스마트폰들이 이미 운영체제(OS)에 AI를 내재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의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캄포스'라는 코드명이 붙은 이 같은 내용의 OS 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개편이 완료되면 시리는 이용자와의 대화 과정에서 맥락을 이해하고 글과 음성을 오가는 소통이 가능해진다. 기존처럼 목소리 또는 측면 버튼을 길게 눌러 시리를 호출할 수도 있다. 애플은 이 기능을 오는 6월 열리는 세계개발자대회(WWDC26)에서 공개하고, 9월에 출시하는 iOS·아이패드OS·맥OS 27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시리는 이용자와의 대화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경쟁사의 유사 서비스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은 2024년 생성형 AI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면서 시리가 여러 앱을 걸쳐 사용자의 요구를 수행하는 '더 개인화된 시리'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AI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출시가 계속 연기돼 왔다. 현재 시리는 복잡한 사용자의 요구에 한해 오픈AI의 챗GPT를 거쳐 답변을 내놓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애플이 자체 AI 모델과 서비스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존 전략을 수정해 시리를 챗봇으로 진화시키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에서 소프트웨어를 총괄하는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부사장은 지난 6월 인터뷰에서 "기능 처리를 위해 이용자가 별도 채팅 환경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AI 서비스의 핵심인 거대언어모델(LLM) 역시 최대 경쟁사인 구글의 모델을 활용하기로 했다. 양사는 지난 12일 공동 성명을 내고 "차세대 애플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과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애플 인텔리전스와 시리 등 애플의 AI 서비스들은 올해 중 출시될 iOS 26.4 버전부터 제미나이 기반 모델을 통해 동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구동 중인 애플의 기기들. 애플 제공
구글의 제미나이가 기존 강자였던 오픈AI의 챗GPT를 위협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난 만큼, 아이폰에 본격 탑재된다면 AI 스마트폰의 강자로 꼽히던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고성능의 AI 모델을 탑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기 내에서 제대로 기능하도록 최적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기술"이라며 "애플이 제미나이 기반의 AI 서비스를 얼마나 잘 구현하는지가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스마트폰에 자체 LLM인 '가우스'와 구글의 제미나이 이외의 새 모델을 탑재한다. 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AI 비서 서비스 '빅스비'에 퍼플렉시티의 모델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퍼플렉시티가 탑재된 빅스비는 다음 달 공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갤럭시는 OS 자체에 제미나이가 통합돼 있어 대화형 검색과 이미지 생성, 일정 관리 등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애플은 2027년 출시 목표로 옷핀 형태의 웨어러블 AI 디바이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애플의 위치추적용 사물인터넷(IoT) 기기인 애플 에어태그와 유사한 크기로 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동전 크기의 디바이스에 카메라와 스피커, 마이크 등이 탑재된다. 이 기기를 통해 이용자의 일상을 기록하거나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은 오픈AI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오디오 기반 AI 기기와 경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