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Valentino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이른바 '김장 조끼'를 연상시키는 제품을 잇달아 선보여 화제다. 국내에서는 연예인 착용을 계기로 유행이 확산한 가운데, 한편에서는 이 같은 인기로 인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20일 한 SNS 플랫폼에는 "코리아 핫템을 따라 한 발렌티노"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발렌티노의 신제품 '고블린 아프헤 리베 피오렐리니 베스트'가 최근 유행 중인 김장 조끼와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장 조끼' 열풍을 일으킨 블랙핑크 '제니'와 에스파 '카리나'. 블랙핑크 제니, 에스파 카리나 인스타그램
해당 제품은 꽃무늬 원단에 브이(V)자 형태의 털 디테일을 더한 누빔 조끼로, 전통적인 '할머니 조끼'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렌티노 공식 홈페이지 기준 가격은 한화 약 630만 원이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김장 조끼가 유럽 한 바퀴 돌겠다", "우리 할머니들이 패션을 앞서갔다", "익숙한 디자인에 그렇지 못한 가격"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인 몽클레어의 약 230만 원대 다운 베스트 역시 비슷한 분위기의 디자인으로 주목받으며 "정겨운 스타일", "이제 겨울 조끼도 K-김장 패션"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김장 조끼로 불리는 누빔 조끼는 원래 보온성과 활동성을 중시한 실용 의류다. 그러나 에스파 카리나, 블랙핑크 제니, 소녀시대 태연 등 유명 연예인들이 착용한 모습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다만 인기가 높아지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도 발생했다. 최근 한 자영업자는 매장에 비치해 둔 '할머니 조끼'가 손님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사라지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2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할매카세 할매조끼가 계속 없어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할머니 집밥 콘셉트의 이른바 '할매카세' 식당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로, 식사 중 외투 대신 입을 수 있도록 의자마다 꽃무늬 조끼를 비치해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할매카세 할매조끼가 계속 없어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A씨는 "처음엔 술에 취해 실수로 입고 가신 줄 알았는데, 어느 날은 한 번에 7벌 이상 사라졌다"며 "한 팀에서 4벌을 가져간 날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개업 6주년을 맞아 지난해 11월 선착순 고객 300명에게 조끼를 증정했고, 반응이 좋아 12월 말까지 방문 고객 전원에게 선물로 제공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비치용 조끼를 그대로 입고 나가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리뷰 이벤트로 1인 1개씩 드린다고 안내했지만, 영수증만 받아 가고 리뷰는 쓰지 않은 채 비치용 조끼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며 "관세 문제로 추가 구매도 어려워 손실이 계속되면 장사를 유지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유행은 좋지만, 기본적인 매너는 지켜야 한다", "명품은 수백만 원인데 왜 식당 조끼는 그냥 가져가도 된다고 생각하나", "정이 넘쳐야 할 할매 콘셉트가 도난 때문에 상처받는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