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주기자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프랜차이즈 업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외식업계가 원가상승과 소비둔화의 이중고를 겪고있는 가운데 가맹점주들이 연이어 승소한 하급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프랜차이즈 업계의 수익구조가 흔들리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가맹점주들이 패소한 맘스터치 사례를 꼽으며 희망회로를 돌리지만,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차액가맹금 반환 청구 소송의 상고심 판결이 15일 내려진다. 이번 소송은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본사가 로열티를 받으면서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차액가맹금까지 부당하게 취득했다고 주장하며 2020년12월 반환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항소심에서 "사전 합의 없이 징수한 차액가맹금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약 210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1심 판결액인 75억원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해당 판결 여파로 피자헛은 자금 압박을 겪으면서 지난해 11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피자헛. 연합뉴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원·부자재를 공급하면서 남기는 유통 마진을 뜻한다.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는 매출에 연동된 로열티보다 필수품목 유통 마진이 주요 수익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가맹본부의 약 90%가 차액가맹금에 의존하며, 계약서에 구체적인 마진율을 명시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운영된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가맹사업법은 가맹금의 한 형태로 차액가맹금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피자헛의 항소심 판결에서 가맹본사가 차액가맹금을 수령하기 위해선 반드시 가맹점주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차액가맹금을 둘러싼 분쟁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17개 브랜드에서 2491명의 가맹점주가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을 진행했다. 2020년 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을 시작으로 롯데슈퍼·롯데프레시(110명), BHC(327명), 배스킨라빈스(417명), 투썸플레이스(273명), 맘스터치(221명), 버거킹(60명), 명륜진사갈비(17명) 등이 해당된다. 협회 측은 "지난해 7월 명륜진사갈비 소송 이후 현재까지 신규 소송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맘스터치 소송 사례를 근거로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맘스터치는 2024년 1심에 이어 지난해 8월 21일 항소심에서도 일부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4-2민사부는 "물대 인상 과정에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가맹본부의 가격 인상은 경영상 필요에 따른 합리적 판단"이라고 판시했다. 싸이패티 등 원재료 공급가격 인상을 통한 부당이득 취득 의혹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맘스터치 사례는 차액가맹금 구조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개별 원재료 가격 인상의 정당성과 절차를 판단한 사안에 가깝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맘스터치는 물대 인상이 경영상 판단의 범위에 속하는지가 쟁점이었지만, 피자헛은 차액가맹금이 가맹계약의 핵심 조건으로 충분히 인식됐는지를 다투는 사건"이라며 "같은 차액가맹금 소송이라도 법원이 바라보는 문제의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맘스터치 이태원점 전경. 맘스터치
정부가 차액가맹금을 가맹본사의 '숨은 수익금'으로 보고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 관련 정보를 기재하도록 규정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또다시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계약서에 필수 품목과 관련한 공급가 산정 방식을 명시하도록 했다.
대법원이 피자헛 차액가맹비에 대한 원심을 확정할 경우 과거 차액가맹금을 수취했던 다른 프랜차이즈 소송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압박이 거제진 가운데 물류 마진까지 줄어들 경우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이유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매출이 늘어도 남는 게 없는 구조"라며 "차액가맹금에 제동이 걸리면 본사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본사들은 상고심 결과와 무관하게 계약 구조 점검에 나선 상태다. 차액가맹금 관련 조항을 보다 구체화하거나, 원·부자재 가격 산정 방식에 대한 설명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행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체력이 남아 있는 곳은 대비라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본사들은 결과와 상관없이 압박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피자헛 사례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외식 프랜차이즈 전반의 취약한 구조를 드러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규 소송은 잠잠하지만 분쟁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자헛 상고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느 본사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