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기자
원청 직원이 사내 하청 직원을 괴롭히는 행위를 규율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원·하청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원청 직원 등의 갑질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7.1%가 이 같은 의견을 냈다고 11일 밝혔다.
스트레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현행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면서, 사업주에게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온 경우 이를 조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 등을 부과하고 있다. 만약 신고를 이유로 사업주가 직원에 대해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사업주가 직원을 직접 괴롭힌 경우에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업주 의무는 어디까지나 소속 직원에게만 해당할 뿐, 용역업체 등 하청업체 직원에게까지 미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원청 직원이 하청 직원을 괴롭히는 경우, 하청 직원이 원청에 이를 신고해도 이를 조사할 의무가 원청 사업주에게는 없는 셈이다.
직장갑질119는 "개별 사업장의 자율이나 도덕성에 맡겨서는 원하청 구조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원청 사업주에게도 조사·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빈 직장갑질119 노무사도 "'괴롭힘의 외주화'라고도 할 수 있는 문제"라며 "일터에서 하청소속 피해자와 원청소속 가해자가 분명하게 확인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외주업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되어 원청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업무적으로도 긴밀한 관계가 존재하는 원하청 구조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