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2030년 실노동시간 OECD 평균 단축'… 장시간 노동 구조 손본다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공동선언
"2030년까지 노동시간 1700시간대" 목표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가 실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합의에 처음으로 공동 선언했다. 노사정은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실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연 1700시간대로 낮추는 것을 공동 목표로 설정하고, 장시간 노동 중심의 관행을 바꾸는 노동시간 제도 개선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서울 중구 R.ENA 컨벤션센터에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논의 결과를 담은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노사정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선언에는 정부와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노동계,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영계가 모두 참여했다.

공동선언문에서 노사정은 한국 사회가 저출생·고령화,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확산 등 산업·사회 구조의 대전환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장시간 노동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 이어졌지만 일부 산업과 현장에서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방식이 남아 있어 실노동시간이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도 인식을 같이했다.

노사정은 실노동시간 단축이 단순히 노동시간의 총량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회복하고 노동자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특히 일하는 부모와 청년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저출생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중요한 해법 중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실노동시간 단축은 생산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국가적 과제라는 데 뜻을 모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열린 'AI 산업전환과 일자리 포럼' 최종 보고회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7 조용준 기자

이에 따라 노사정은 2030년까지 실노동시간을 OECD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로 단축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실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산업재해 예방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청년·여성·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하고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는 점을 공동 목표로 제시했다.

선언문은 역할 분담도 명확히 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정당하게 보상받는 일터를 만드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는 법·제도 개선과 근로감독, 취약 분야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실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로 했다. 노사정은 실노동시간 단축이 양적 노동에서 질적 노동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공유하고, 필요한 대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장시간 노동 중심의 노동 문화를 생산성 중심의 효율적인 노동 문화로 전환하는 것도 공동 선언의 핵심이다. 노사정은 노동시간 유연화가 장시간 노동을 확대하는 수단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일함으로써 실노동시간 단축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라는 점에 공감했다. 불필요한 야근과 회의 등 비효율적인 관행을 줄이고, 집중과 협업, 기술 활용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에 맞춰 제도 정비와 업무 환경 개선을 지원하기로 했다.

노동자의 휴식과 안전 보장도 중요한 원칙으로 명시됐다. 노사정은 충분한 휴식과 안전이 노동시간 정책의 핵심 과제라는 점을 확인하고, 교대제와 야간노동 등 건강 부담이 큰 영역에서 보호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적정 휴식 시간 확보와 연차휴가, 반차 사용 활성화를 통해 노동자의 회복권을 보장하는 데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또 실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기업 규모나 업종, 고용 형태에 따라 새로운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도 선언문에 담겼다. 노동시간 단축의 혜택이 모든 노동자에게 고르게 돌아가도록 노사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자동화·디지털전환(DX), 재정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노사정은 이번 공동선언을 계기로 상생과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대화를 지속하기로 했다.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논의를 출발점으로 삼아, 실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실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오랜 사회적 과제에 대해 노사정이 진정성 있는 소통과 양보를 통해 합의에 이른 결과를 국민 앞에 책임 있게 약속하는 자리"라며 "이번 공동선언이 노사정 간 신뢰를 강화하고, 앞으로의 사회적 대화로 이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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