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이민지기자
식품과 화장품 산업이 한국 수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한국 수출이 사상 첫 '7000억달러'를 달성한 가운데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제조업에 집중됐던 수출 구조가 소비재 중심으로 점차 다변화되는 모습이다. 미국의 관세 장벽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K푸드와 K뷰티는 성장세를 이어가며 한국 수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K푸드 플러스 수출액(잠정)은 123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13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화장품이 가득 든 쇼핑백을 멘 외국인이 화장품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이 기간 농식품 수출액은 93억8000만달러로 4.7% 늘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6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중국이 14억6000만달러, 일본이 12억1000만달러 순이었다.
품목별로는 라면이 단연 선두다. 라면은 한국 식품 수출을 대표하는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1~11월 라면 수출액은 13억8000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원화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2015년 이후 11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이다.
아이스크림과 포도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1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했고, 포도는 6500만달러로 51.3% 늘었다. 간편식과 디저트류에 대한 해외 수요가 확대되면서 관련 품목의 수출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K푸드의 성장세는 유행을 넘어 현지 소비문화에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류 콘텐츠와 결합한 브랜드 인지도 상승, 간편식 수요 확대, 매운맛을 중심으로 한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화장품 산업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올해 11월까지 누적 화장품 수출액은 10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초 화장품과 색조 화장품을 합한 수출액만 85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한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올해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K뷰티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올해 1~11월 미국향 화장품 수출액은 16억1364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했다. K뷰티 브랜드들의 미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됐다. 기존 온라인 중심 유통에서 벗어나 울타뷰 등 유명 멀티브랜드숍(MBS)과 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망에 입점하며 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했다. 제품군 역시 기초 스킨케어 중심에서 색조 화장품과 헤어 제품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 수출된 두발용 제품류는 9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 급증했다.
수출 증가율이 가장 두드러진 지역은 유럽과 중동이다. K뷰티 유통 플랫폼 실리콘투의 유럽 물류센터가 위치한 폴란드향 수출액은 2억2414만달러로,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 이어 영국(1억6570만달러·37.2%), 프랑스(1억764만달러·77.7%), 네덜란드(8994만달러·24.5%) 순으로 나타났다. 중동 지역에서는 실리콘투 물류거점이 있는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한 수출액이 2억3428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정부는 소비재 수출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소비재 수출을 64% 늘려 2030년 700억달러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소비재 기업을 대상으로 한 무역보험 규모를 2030년까지 25조원으로 확대한다. 보험료는 최대 30% 할인하고, K뷰티와 식품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저리 융자도 신설한다. 수출 마케팅과 원자재 구입 자금을 연 2%대 금리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는 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K푸드와 K뷰티가 관심을 받았다"며 "내년도 수출은 늘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별로 접근하기 보다는 산업 자체를 홍보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