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율기자
이재명 정부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지명한 데 대해 여당에서는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5.12.29 강진형 기자
29일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청래 당대표는 내란 동조 세력이 있는 정당에 대한 정당 해산도 언급했다. 그런데, 그 정당에서 탈당하지 않은 현직 당협위원장이자 전직 3선 국회의원을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했다"며 "게다가 인사 대상자인 이 후보자는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어게인을 주장했다고 하는 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곽 의원은 "현재의 시점에서, 이런 경력과 성향의 이 후보자를 대통령 인사권 행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어떤 정치적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곽 의원은 "내란 상태가 해소됐다고 선언한 것인지, 내란 동조 세력으로 규정한 정치 행위가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것인지, 내란동조 세력이라도 이제는 통합 대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인지, 내란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내란 동조 세력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능력과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국정 원칙의 변경 등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의 이번 인사권 행사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자는 국민 앞에 제대로 변화된 생각을 밝히시고 과거를 사과해야 한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고 심지어 윤석열 석방을 요구했다는 건 기본적으로 판단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분위기가 그렇더라도 정치인이면 잘잘못을 따질 판단력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저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렇더라도 이 후보자 본인은 과거에 했던 일에 대해 국민께 제대로 사과하고, 생각이 바뀌었다면 국민께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같은 당 김문수 의원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임명했을 때도 이재명 정부의 정책에 맞춰 송 장관의 능력이 잘 발휘될 거라 믿었고 지금 그렇게 되고 있다"며 "이번 이 후보자의 능력도 관료들을 잘 통솔해 이재명 정부의 예산 정책을 잘 수행하도록 발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문수 의원은 "탕평책으로 한 사람을 쓰면 국민화합과 통합에 큰 도움이 된다"며 "국민을 위해서라면 상대 당의 사람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 이 후보자를 즉각 제명한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와 이재명 정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9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정부가) 자기 욕심만 차리는 비열한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일회용 티슈처럼 쓰고 버리는 일을 자행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