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쿠팡이 보상안을 내놓은 가운데 시민단체가 "보상 아닌 국민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쿠팡에서 3000만 건이 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경제활동인구 2969만 명을 넘어서는 규모로 역대 최악의 유출사고이다. 사진은 1일 쿠팡 본사. 윤동주 기자
참여연대는 29일 논평을 통해 "쿠팡은 국민 신뢰 회복을 명분으로 1인당 5만원,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을 발표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을 제시했다"며 "이는 한 달 요금의 절반을 감면한 SK텔레콤의 보상안보다도 후퇴한 안일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쿠팡은 3370만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2만원), 알럭스 상품(2만원) 등 고객당 5만원 상당의 1회 사용이 가능한 4가지 구매 이용권 형태로 지급한다. 쿠팡트래블은 여행 상품, 알럭스는 명품을 판매하는 쿠팡 플랫폼이다.
이와 관련단체는 "5만원의 구매이용권은 모두 월 이용료를 추가로 납부하는 멤버십 회원이 아니면 결국 구매이용권에 돈을 더 얹어서 상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매출 확대를 위한 유인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현금이나 현금성 동일 가치의 보상이 아닌 이상 이는 피해회복이 아니라 강제 소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 "쿠팡트래블이나 알럭스 같은 쿠팡의 부수적인 서비스에 각각 2만원씩 이용권을 제공하면서 여행상품 서비스나 명품 구입 서비스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꼼수도 내놨다"며 "5만원이라는 금액마저 사용처를 쪼개 실질적 가치와 선택권을 축소한 전형적인 '보상 쪼개기' 수법"이라고 짚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이날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으로 수락을 거부한다"며 규탄 성명을 냈다. 협의회는 "(정보 유출자가) 3370만명의 개인정보에 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중대한 사태의 책임을 축소하고 여론 무마용 이벤트로 변질시키는 것"이라며 "특정·확정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배상과 실질적 구제보다 '전 회원 보상'이라는 포괄적 보상을 앞세우는 방식은 소송·분쟁 조정에서의 법적 책임을 희석하기 위한 사전 포장에 활용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쿠팡에서 3000만 건이 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경제활동인구 2969만 명을 넘어서는 규모로 역대 최악의 유출사고이다. 1일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한 쿠팡 사과 문자 뒤로 쿠팡 본사에 설치된 쿠팡 입간판이 보이고 있다. 윤동주 기자
쿠팡 보상안을 둘러싼 비판은 온라인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보상안 발표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쿠팡트래블', '쿠팡보상안' 등의 검색어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며 논란이 됐다. 한 이용자는 "알럭스나 트래블은 뭔지도 모르겠다"며 "쿠팡 전 상품이랑 쿠팡이츠가 각각 5000원씩인데, 그냥 1만원으로 퉁치겠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탈팡(쿠팡 탈퇴)한 사람들 재가입시키려고 마케팅으로 능욕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책임자는 국회 청문회에는 나오지 않으면서, 보상이라며 자사 플랫폼 소비를 유도하는 '이용권 풀기 대책'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아무도 쓰지 않는 서비스에 쿠폰을 끼워 파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