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교기자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단순히 온기가 도는 수준을 넘어, 초대형 메가 딜(Mega Deal)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며 전 세계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 매체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M&A 시장 규모는 4조 5000억 달러(약 6502조 원)를 돌파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50%나 폭증한 수치로, 역대급 유동성이 풀렸던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시장의 특징은 질보다 양이 아닌, 숫자보다 덩치다. 전체 거래 건수는 오히려 7% 줄어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100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거래는 68건이나 쏟아졌다. 잔챙이들은 사라지고 큰 고기들만 움직이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미 철도업계의 공룡, 유니언퍼시픽의 노퍽서던 인수(850억 달러)다. 이 합병이 완료되면 시가총액 2500억 달러에 달하는 운송 괴물이 탄생한다. 여기에 미디어 거물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를 향한 파라마운트의 1000억 달러대 적대적 인수전까지 가세하며 시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폭발적 성장의 배경으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규제 완화에 대한 확신을 꼽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반독점 규제가 느슨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기업들의 사냥 본능을 깨웠다는 분석이다.
대형 로펌 왓첼 립튼의 앤드루 누스바움 공동의장은 기업들이 이제 규제 리스크를 겁내지 않고 전략적 가치가 있다면 과감히 베팅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규제 당국이 예전처럼 엄격한 잣대를 대기보다 건설적 대화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가 시장에 먹혀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올해 M&A 열풍의 중심지는 역시 미국이다. 전체 거래액의 절반 이상인 2조 3000억 달러가 미국 기업 간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는 1998년 이후 비중 면에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쩐의 전쟁 덕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1350억 달러(약 195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중개 수수료를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