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비극을 돈벌이로'…러시아, 도네츠크 '전쟁 관광' 추진 논란

격전지 안내·호텔 복구에 10억루블 투자 계획
인프라 붕괴 속 "선전·수익 목적" 비판 확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도네츠크를 '전쟁 관광지'로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지 인프라가 심각하게 파괴된 상황에서 전쟁의 비극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국제적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도네츠크주 도브로필리아 전선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손된 아파트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가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키릴 마카로프 부총리는 이른바 '전쟁 관광' 구상을 언급하며 관광객들을 '군사적 영광의 주요 지점'으로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네츠크 관광 개발은 러시아가 내년부터 국가 정책 차원에서 추진할 '관광·접객 산업'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마카로프 부총리는 호텔과 관광 인프라 복구에 약 10억루블(약 187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도네츠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격렬한 전투가 이어진 지역이다. 특히 바흐무트 전투에서는 러시아군 수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항구도시 마리우폴 역시 대규모 폭격으로 사실상 폐허가 됐다.

인프라 붕괴 속 관광 개발 현실성 논란

러시아는 도네츠크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서부 지역을 방어 거점으로 유지하면서 현재도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관광 산업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언론인 할랴 코이나시는 "10억 루블은 파괴된 인프라를 복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물과 연료가 부족한 지역에 관광객이 올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도네츠크는 상수도 시설 파괴로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주민들이 우물이나 빗물에 의존해 생활하는 상황이다.

도네츠크주 코스티안티니우카 전선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손된 아파트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그럼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일대를 아우르는 '돈바스'를 "관광 개발에 비옥한 땅"이라고 표현하며 투자를 독려해 왔다. 러시아가 임명한 마리우폴 시장은 2030년까지 관광객 100만 명 유치를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도시 기반 시설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2022년 3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피란민 수백 명이 숨진 마리우폴 드라마 극장은 최근 복구돼 새해 연휴 기간 첫 공연을 앞두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기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민간인 최소 2만 명이 숨졌다고 밝힌 바 있다.

드니프로로 망명 중인 마리우폴 시의회는 "침략자들이 도시의 비극과 폐허, 집단 무덤을 관광 명소이자 러시아 선전 도구로 바꾸려 한다"며 "이 모든 것은 오직 한 가지 목적, 즉 최대한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슈&트렌드팀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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