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형기자
미국에서 기부금이 감소하는 흐름에 정치·경제·종교적 이유가 동시에 영향을 줬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비영리 기부금 동향을 분석하는 FEP(Fundraising Effectiveness Project)에 따르면 올해 1~9월 미국 기부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부터 5년 연속 감소세다. 특히 부유층도 점점 기부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집계에 따르면 자산 100만달러 이상 가구 중 기부하는 비율이 2015년 91%에서 지난해 81%로 감소했다.
이처럼 기부금이 줄어드는 것은 정치, 경제, 종교적 이유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기 들어 해외원조 삭감에 나섰으며, 이에 따라 국제구호 자금도 고갈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미국 내 고물가에 따른 생활고도 기부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됐다. 글로벌 자선단체 CAF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부담(약 60%)'을 꼽았다.
또 이코노미스트는 종교적 측면에서도 미국인의 신앙심이 이전보다 약해지면서 지난해 종교 단체 기부가 전체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향후 기부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부상한 초부유층은 대체로 젊은 테크 기업 창업자들인데, 이들은 기부보다는 자산을 불리는 데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빌 게이츠 재단의 20년간 2000억달러 기부 약속을 포함해 세계 1, 2위 갑부들의 거액 기부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이것이 중산층 기부에도 영감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