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별도 협정' 통해 '핵잠 협력' 속도 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기자간담회…미국·캐나다·일본 방문 결과
핵잠 협력, 美 원자력법 91조 우회로 필요
"내년 초 美 실무단 방한 예정…핵 농축·재처리 협의도 동시 추진"

북미·남북 대화 등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도 논의
대북 정책 둘러싼 자주파·동맹파 이견 "대외 혼란 노출 바람직하지 않아"
60조 캐나다 잠수함 사업, 韓 강점 적극 설명

한미가 핵추진잠수함 협력을 위한 별도 협정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 초 미국 측 실무 대표단 방한이 예정돼있는데, 정부는 이를 계기로 핵추진잠수함을 포함해 핵농축·재처리 논의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한국이 수주 추진 중인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CPSP)과 관련해서는 캐나다 측에 국산 잠수함의 장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하면서 양국 정상이 국방·방산 파트너십 강화하기로 한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워싱턴DC·뉴욕, 캐나다 오타와를 거쳐 일본 도쿄를 방문한 결과를 설명하며 "11월 14일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가 발표된 지 1개월 남짓 돼 안보 분야 후속 조치를 본격적으로 이행시키기 위한 방문이었다"면서 "미국과 잠수함 협력에 관해 양측의 별도 협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원자력법 91조는 국사적인 핵물질을 이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핵추진잠수함의 원료인 우라늄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원자력법 91조에 대한 예외를 적용하는 별도 협정이 필요하다. 위 실장은 "(우라늄을) 이전 받으려면 면제 내지 예외를 규정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호주와도 예외를 설정했고, 우리도 그게 필요하다. 그걸 추진하자는 합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위 실장은 방미 기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 미국 측 주요 인사들과 조밀도 있는 협의를 진행했다.

별도 협정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공급받는 우라늄은 20% 이하의 저농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위 실장은 "한국이 구상하는 핵추진잠수함은 저농축 우라늄"이라며 "고농축 우라늄을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번 방미에서 핵추진잠수함 협정 추진 합의와 함께 핵농축·재처리 관련 논의도 병행했다. 위 실장은 "대통령께서 여러 차례 비확산 의지를 강조하셨음을 미국 측에 설명했고, 한국의 역량이 한미 양국의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전략적인 협력 사안이라는 점도 강조했다"면서 "양측 대통령실이 중심이 돼 정상 간 합의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미는 이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실무 협의의 '시계'도 맞췄다. 위 실장은 "내년 초에 가능한 이른 시기에 미국 측의 실무 대표단이 방한해서 조인트 팩트시트 상의 안보 분야 사항을 사안별로 본격 협의하기로 했다"며 "내년 중반, 하반 등 일정한 시점에서 성과 점검을 위한 이정표를 설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핵 대화 재개 공조·유엔 협력 논의…자주파·동맹파 이견 "대외 혼란 노출 바람직하지 않아"

연합뉴스

위 실장은 방미 과정에서 북핵 대응과 대화 재개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과 대화가 단절된 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미 대화, 남북 대화 진전 방안들도 논의했다"며 "내년 상반기에 있을 여러 외교 계기들을 염두에 두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한미 간의 대북 정책 공조 방안에 대해서 협의를 가졌다"고 했다. 미·중 관계, 러·북 군사협력을 포함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동향,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최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둘러싼 외교부·통일부 간 갈등 상황에 대해 외국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기도 한다며 "대외적으로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이견은) 보다 나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과정일 수 있다"면서도 "미국과 일본에서도 부처 간 이견을 알고 있다. 어느 견해가 한국 정부의 입장인지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의견을 조율해 '원 보이스(한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것은 NSC에서의 조율"이라며 "조율된 대로 가는 게 중요하고, 시작 지점에서 논란이 있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위 실장은 간담회 내내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 양상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그는 "항상 논란이 많아 제가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말씀을 드리면 일이 또 복잡해진다. 이재명 대통령께서 많은 것을 정리하셨다"며 "앞으로도 여러 부처의 다양한 의견은 NSC 논의를 통해 조율하고 통합해 '원 보이스'로 정부의 입장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심이 논란이나 분란에 있는데 생산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NSC 논의를 통해 방향을 정하고 '원 보이스'를 강화해야 하는 데 제가 (이견에 대해) 자꾸 이야기하면 보도가 나가고, 끝없는 논란으로 이어져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뉴욕으로 건너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로즈마리 디칼로 정무담당 사무차장을 만나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포함하여 한국과 유엔 간의 여러 현안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60조 캐나다 잠수함 사업, 韓 강점 적극 설명…도쿄서 '셔틀 외교' 재확인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캐나다 오타와에서는 나탈리 도루엥 국가안보정보보좌관, 마크 앙드레 블랑샤르 총리 비서실장을 만나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조달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논의했다.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캐나다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다. 캐나다 정부는 60조원 규모 대형 프로젝트를 두고 한국과 독일을 최종 후보로 확정하고 내년 3월까지 제안서 제출을 요청했다. 한국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수주전에 참여했고, 독일에서는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가 도전장을 냈다.

위 실장은 "양국 간의 안보 및 방산 협력 방안을 주로 논의했다"며 "한국과 캐나다 간의 안보·국방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캐나다의 차기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우리가 가진 장점을 적극 설명하고, 캐나다 국방력 강화에 우리가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고 했다.

최근 캐나다가 비유럽 국가로는 처음으로 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에 가입하면서 독일 등 유럽 사업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만큼, 지속적인 설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위 실장은 "성능과 투자 등에서 우리 잠수함이 뒤처지지는 않지만, 경쟁국은 나토(NATO) 회원국으로 안보 협력의 깊이가 깊다"며 "안보 파트너로 위상에서 한국이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 실장은 도쿄에서 키하라 미노루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장관, 이치가와 게이이치 국가안전보장국장을 면담했다. 위 실장은 "셔틀 외교 지속을 포함하여 안정적인 한일관계를 위한 양국의 공동 노력 필요성을 공감하고, 한일 간의 제반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며 "엄중한 국제 정세 하에서 역내 정세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 교환을 갖고, 역내 국가 간 소통과 협력 확대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정치부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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