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추진 방안 관련해 "군사기밀을 유출한 기업이 입찰에서 감점을 받을지 여부는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KDDX사업엔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참여 중인데 군사기밀을 유출한 HD현대중공업에게 감점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군사기밀을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를 가지고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도덕적이냐 아니냐는 문제"라면서 "보안 감점을 얼마나 적용할지는 사업 참여 기업이 제안서를 제출하는 시점에 평가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청장은 "사업에 따라 비교형량이 있다"며 "사업의 신속성, 공정성이 변동 없이 고정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업에 따라 군사기밀을 유출한 기업의 감점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방사청이 최근 결정한 경쟁 입찰 방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이전 방사청 군함 입찰은 크게 가격(20점), 기술(80점)로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데, 대부분 소수점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문제 삼았던 군사 기밀 유출 사건 유죄 판결에 따라 감점을 적용받는 게 변수다. 원래 이 감점은 첫 유죄 확정판결이 나온 2022년 11월부터 지난 11월까지 3년만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방사청은 지난 9월 "법률 추가 검토 결과, 2023년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별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내년 말까지는 감점 1.2점을 추가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군사기밀 유출에 관련해 단호한 경고를 한 바 있다. 앞서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은 방산·군수 비리를 근절해달라는 참석자의 제안에 "군사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데다가 수의계약을 주느니 마느니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던데 잘 체크하라"고 방위사업청에 지시했다. 이 발언은 특정 기업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과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 자료를 불법 촬영해 사내망에 공유한 혐의로 임직원 9명이 유죄 판결을 받은 HD현대중공업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었다. 이 청장의 이날 발언은 자칫 이 대통령의 취지와도 정반대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방사청은 그동안 KDDX의 전력화가 시급하다며 수의계약을 고집해왔다. 반면, 수의계약과 반대로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며 군기법 위반 방산기업을 사업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1형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20년 6월 사업 우선협상 대상 업체로 다산기공이 선정됐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방첩사는 다산기공이 총기 개발과 관련한 군사기밀 유출 혐의가 있다며 압수수색을 했다. 기밀 유출은 사실로 확인됐다. 다산기공 전 임원이 2015~2020년에 합동참모회의 등에서 다뤄지거나 결정된 기관총·저격총 관련 ROC 등 군사기밀을 다산기공에 넘기고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자들은 유죄판결을 받았고 2021년 6월 사업은 중단됐다.
방사청은 군 특전사 요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40년 된 K-1A 기관단총의 교체가 시급하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사업이 중단된 이후 재개하지 않았다가 다산기공의 제재 기간이 끝난 올해 4월 공고를 냈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1형 사업은 근무하지 않았을 당시 일이어서 파악이 되지 않는다"며 "당시에도 신속성과 공정성을 놓고 비교형량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는 군사기밀을 유출한 방산기업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 선진국은 방산기업에 대한 기밀 유출을 엄격히 다룬다. 미국은 방위산업과 관련된 별도 법안을 갖고 있다. 국방 조달 법령인 'DoD 5000시리즈'이다. 이 법령에는 국방성의 구매관리정책, 원칙, 중요프로그램 정보보호 지침 등을 담았다. 조직도 탄탄하다. 국방성 산하 국방보안서비스국(DSS)와 방산기술보안국(DTSA)는 방산 기밀 유출에만 대응하도록 했다. 특히 해킹에 대비해 2019년에는 국방성 산하에 '미 국방정보유출 방지 및 보호국(DCSA)'를 두어 국방종사자 심사, 방산 유출 방지 등을 맡고 있다.
군 법무관 출신인 이형섭 변호사는 "외교·안보적 현실을 반영하여 간첩죄 적용 범위를 더 확대하고, 방위산업 기술보호법의 입증요건을 완화하는 등 그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