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돌프' 등장에 소아청소년암 환자가 웃었다

배경훈 부총리, 국내 기술 제작 로봇과 함께 원자력병원 방문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 병실에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산타와 루돌프 사슴, 썰매가 병실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암 치료로 무거웠던 병실은 잠시 크리스마스 동화 속 장면처럼 변했다.

24일 한국원자력병원에서 한국과학기술원이 제작한 4족로봇이 '로돌프'로 변신해 배경훈 과학기술부총리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소아청소년암 환자들을 위로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병원

산타와 루돌프의 정체는 예사롭지 않았다. 산타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겸 과학기술부총리였다. '산타' 배 부총리가 등장하자 아이들의 시선이 모였고, 이어 루돌프 사슴과 썰매의 정체가 드러나자 병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모두 한국의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로봇들이었다.

루돌프 역할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제작한 4족 보행 로봇이 맡았다. 이번 역할을 위해 '로돌프'라는 이름까지 받았다. 썰매 역할은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무인차가 담당했다. 걷기 어려운 환자들이 다시 걸을 수 있도록 돕는 엔젤로보틱스의 재활로봇(웨어러블로봇)도 함께했다.

배경훈 과기부총리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을 방문해 산타 복장을 하고 ‘로돌프’ 로봇이 들고 온 크리스마스 선물을 소아청소년암 환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배 부총리는 로봇이 가져온 선물을 소아청소년암(골육종암) 환자들에게 직접 건네며 아이들과 눈을 맞췄다. 병실에 있던 아이들은 선물을 안고 로봇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배 부총리는 원자력병원 직장 어린이집 원아들에게도 선물을 전달하며 짧지만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병원을 찾은 보호자들과 의료진들도 잠시나마 긴장을 내려놓고 아이들의 웃음을 함께 나눴다. 보호자들은 "만나기 어려운 분이 로봇과 함께 투병 중인 아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줬다"며 반겼다.

이번 행사가 열린 원자력병원은 과기정통부 산하의 암 치료 전문 공공병원이다. 방사선과 원자력 기술을 바탕으로 암 치료와 연구를 수행해온 기관으로, 국가 암 치료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과학기술을 통해 암을 치료하는 공간에서, 과학기술로 만든 로봇이 아이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배경훈 과기부총리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뒷줄 중앙)이 산타 복장을 하고 2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을 직장어린이집을 방문해 4족보행로봇 ‘로돌프’와 함께 원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는 이번 행보가 첨단 과학기술이 연구실과 산업 현장을 넘어 사회적 연대와 돌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이른바 피지컬 AI가 바꿀 미래가 산업과 경제를 넘어 일상과 인간의 삶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과학으로 암을 치료하고, 로봇으로 인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상징적 장면인 셈이다.

배 부총리도 "투병과 병간호로 많이 지쳤을 환자와 가족분들이 잠시라도 웃을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산업IT부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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