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원기자
코스닥 상장사 스카이월드와이드(SKAI)가 최대주주로부터 자본잠식 상태인 '스카이인텔리전스'를 1000억원 가치로 평가해 인수한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13억원에 평가된 바 있는데 이를 77배나 높게 평가한 것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AI는 스카이인텔리전스 주식 6043주(29.65%)를 236억원에 취득한다고 지난 19일 공시했다. 236억원은 SKAI 총 자산의 68.7%에 해당하는 규모다. 거래 상대방은 SKAI의 최대주주인 '디렉터스컴퍼니'다.
스카이인텔리전스는 2023년 10월 설립된 인공지능(AI) 활용 영상 광고 제작 기업으로, 디지털 광고대행업을 영위하고 있다. 올 3분기 말 기준 자산총계 100억원, 부채총계 10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3분기까지 매출액 48억원, 당기순손실 29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 같은 회사를 SKAI는 1004억원 가치로 평가했다. 평가 방법은 '현금흐름할인법(DCF)'이다. 미래에 회사가 벌어들일 현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기업가치를 구하는 방식이다. 자체적으로 추정한 실적 전망치가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셈이다.
스카이인텔리전스는 내년 매출액과 세후영업이익을 각각 355억원, 49억원으로 추정했다. 매출액은 올해보다 26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대규모 흑자로 턴어라운드 한다는 것이다. 또 2027년에는 영업이익이 136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고 결국 2030년에 매출액 1100억원, 영업이익 23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정 근거는 스카이인텔리전스에서 제시한 2026년 사업계획이다. 현재까지 스카이인텔리전스의 매출액은 광고제작 수입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회사는 이 매출이 내년 대폭 늘어난 후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가정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전혀 없었던 AI 영상생성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매출이 내년부터 187억원 발생해 2030년에는 918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평가기관인 대주회계법인은 "AI 영상생성 SaaS 고객 수는 스카이인텔리전스에서 제시한 사업계획에 과거 실적 달성률을 고려해 추정했고, 2027년 이후에는 시장평가기관에서 제시한 AI 3D 생성마켓 연평균 성장률인 32.5%를 적용했다"며 "고객 당 단가는 향후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가치 1004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영구현금흐름의 현재가치'다. 스카이인텔리전스는 자사의 세후영업이익이 2030년 233억원을 기록한 후 영구적으로 매년 1%씩 성장한다는 가정을 적용해 영구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880억원으로 산정했다.
이처럼 SKAI가 스카이인텔리전스를 높은 가치로 평가해 인수하지만, 불과 1년 전 이 회사의 공정가치는 약 13억원으로 평가된 바 있다. 스카이인텔리전스 지분을 매각하는 SKAI 최대주주 디렉터스컴퍼니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스카이인텔리전스(구 디렉터스테크) 지분 70%의 공정가치는 9억2312만원으로 평가돼있다. 1년도 안된 사이 기업가치가 77배나 늘어난 셈이다.
이에 대해 SKAI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의 공정가치는 초기 단계의 재무상태와 가시화된 사업 성과만을 기준으로 산정된 수치"라며 "하지만 2024년, 2025년에 걸쳐 회사의 사업과 기술이 급격히 확장됐고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상업적으로 검증돼 이번 거래에서는 기술력, 성장성, 시장 확장성 등이 기업가치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스카이인텔리전스의 손실과 자본잠식은 성장 투자에 따른 일시적 재무구조 변화"라며 "실제 SKAI와 무관한 제3자가 올해 스카이인텔리전스에 이번 거래와 비슷한 가치로 유상증자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