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얼굴 없는 예술가'로 불리는 영국의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가 런던에 새로운 작품을 남기며 다시 한번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 22일(현지시간) 뱅크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런던 서부 베이스워터 지역 퀸스 뮤스 차고 건물 외벽에 등장한 벽화가 자신의 작품이라고 알렸다. 그가 공개한 작품에는 외투와 모자, 부츠를 착용한 두 아이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담겼다. 이 가운데 한 아이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어, 희망 혹은 기대를 상징하는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얼굴 없는 예술가'로 불리는 거리 예술가 뱅크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런던 서부 베이스워터 지역 퀸스 뮤스 차고 건물 외벽에 등장한 벽화가 자신의 작품이라고 알렸다. AP연합뉴스
해당 작품은 공개 직후 영국 주요 언론과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에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 그중에서도 아동 문제를 환기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런던 도심 센터 포인트 타워 인근에서도 동일한 구도의 벽화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다만 이 작품에 대해서는 뱅크시 측이 아직 공식적으로 자신의 작품임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두 작품이 동일한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센터 포인트 타워는 런던의 노숙 문제를 상징하는 장소로 꼽힌다. 1966년 완공 이후 10년 넘게 비어 있었던 이력 탓에 오랜 기간 '도심 속 방치된 공간'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당 장소에 등장한 벽화가 아동 노숙 문제를 직접적으로 환기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9일 런던 도심 센터 포인트 타워 인근에서도 동일한 구도의 벽화가 발견됐다. 다만 이 작품에 대해서는 뱅크시 측이 아직 공식적으로 자신의 작품임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AP연합뉴스
예술가 대니얼 로이드-모건은 BBC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많은 아이가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센터 포인트라는 장소 선택 자체가 메시지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뱅크시 전문가로 알려진 제이슨 톰킨스 역시 이번 작품에 대해 "노숙 문제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작품 속 아이가 2018년 웨일스 포트 탤벗에 등장했던 '혀를 내밀고 눈송이를 받는 소년'과 동일한 캐릭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뱅크시가 동일한 아이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메시지의 연속성과 강조를 위한 의도적 선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뱅크시 작품에 대한 해석이 과도하게 정치·사회적 의미로 확장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센터 포인트 인근 작품이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일부 전문가들은 "뱅크시의 의도를 단정 짓기보다 예술적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번 벽화가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새해를 앞둔 런던 시민들에게 사회적 책임과 연대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뱅크시 특유의 문제 제기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