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검찰의 침묵, 선거 앞두고 눈치보나


공직선거법 사건 멈춘 검찰, 이것이 '중립'인가 '방조'인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김기웅 충남 서천군수 사건이 검찰 단계에서 사실상 멈춰 섰다.

경찰이 수사를 마치고 사건 관련 서류를 검찰에 넘긴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검찰은 현재까지 기소·불기소 등 어떠한 처분도 내리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단순한 지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의도적 방치이자, 선택적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충남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 선거운동과 기부행위 혐의로 지난해 9월 김 군수 등 3명을 고발했다.

경찰은 10개월 간 관련자 조사와 증거 확보를 거쳐 수사를 종결했고,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수사 절차상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는 단계다.

그럼에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침묵하고 있다. 설명도 없고, 일정도 없다. 오직 시간만 흐르고 있을 뿐이다.

김 군수는 배우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소속 공무원과 민간인 등 90여 명에게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또 공무원과 공모해 여러 차례 사적으로 공무원을 모이게 한 뒤 주류와 음식을 제공하고, 본인의 업적 홍보 영상을 시청하게 했다는 혐의도 받고있다.

단체장과 공무원 간의 위계 관계를 고려하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는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판단을 유보한 채 사건을 사실상 '캐비닛'에 넣어둔 상태다. 이 같은 무처분은 결과적으로 피의자에게 가장 유리한 시간 끌기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가 판단해야 할 핵심 정보를 검찰이 스스로 봉인하고 있는 셈이다.

공직선거법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다르다. 신속한 처리가 법의 취지다.

특히 현직 단체장이 연루된 사건이라면, 그 원칙은 더욱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검찰이 결론을 내리지 않는 동안, 해당 인사는 아무런 법적 부담 없이 정치 일정을 이어갈 수 있다.

검찰의 침묵이 사실상 '정치적 면죄부'처럼 작동하는 구조다. 검찰은 중립을 말한다.

그러나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 역시 명백한 선택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검찰이 져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정책뿐 아니라 법적·도덕적 책임 여부를 알고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사건을 붙잡아 둔 채 결론을 미루는 순간, 선거의 공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이는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대한 도전이다. 검찰은 더 이상 시간을 끌 권한이 없다.

혐의가 없다면 무혐의 처분을, 위법 소지가 있다면 기소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처럼 4개월 넘게 아무런 처분도 하지 않는 것은 법 집행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가, 아니면 선거의 시계를 조정하는 기관인가.

충청팀 충청취재본부 이병렬 기자 lby44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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